여자 화장실 사용한 남직원, 성소수자라면 징계는?
[2022년 6월호 vol.373]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월간노동법률] 박소민 노무법인 와이즈 대표공인노무사
1. 들어가며
필자는 공공기관의 각종 위원회 등에서 외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인사위원회에서 징계 건으로 회부된 사건들을 살피고 징계 양정을 결정하는 회의에 참석한다. 회의마다 각기 다양한 사건을 다루는데, 얼마 전 참석한 모 공공기관에서 트랜스젠더 직원의 여자 화장실 사용으로 같은 층의 여성 직원들에게 발각돼 이들이 신고해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건이 있었다. 사건 자체가 일반적인 성희롱이나 성차별 사건과는 달리 직무 규율을 위반한 직원이 성소수자이고, 이들을 일반 남성과 달리 어떻게 처우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사안이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다른 나라들처럼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및 인권 문제가 부각되고 있어 주의 깊게 살펴봤다.
얼마 전 성 확정 수술 후 군인으로서 직무를 지속하고자 했으나 국방부에 의해 강제 전역을 당한 변희수 하사의 죽음 역시 성소수자의 노동ㆍ인권 문제에 속한다. 성차별 때문에 자신이 전담하는 직무를 잃을 수밖에 없었던 한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다른 많은 성소수자 노동자들의 직장도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드러난 사건 뒤에는 화장실에 가는 게 불편해 물 마시는 것도 참아가며 일하는 트랜스젠더 노동자들이 있다.
이와 같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문제는 종종 언론을 통해 기사화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 차별금지법이 입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소수자의 인권 문제는 개별법 영역에서의 사법적 판단으로 넘겨지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성소수자의 화장실 사용에 대한 직접적인 법적 판단 사례가 없어 최근 일본 도쿄지방법원에서 판결한 '트랜스젠더 국가공무원에 대한 화장실 사용 제한 등의 위법성'에 대한 사례를 소개하고 이에 대한 법적 평가를 간략히 해보고자 한다.
2. 트랜스젠더 국가공무원에 대한 화장실 사용 제한 등의 위법성(이하 '대상판결')
가. 사실의 개요
피고 경제산업성 Y의 직원인 X는 어려서부터 자신의 신체적 성별이 남성이라는 점에 강한 위화감을 가지고 있어 출생 시의 성별과 인지하고 있는 성별이 일치하지 않는 트랜스젠더(Male to Female)이다. X는 <성동일성 장애인의 성별 취급 특례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에 규정된 성별 취급의 변경 심판을 받지 않았고 호적상으로도 남성이었지만 전문의로부터 성동일성 장애 진단을 받았다.
X는 소속부서의 A실장에게 성동일성 장애 진단을 받았음을 알리고 이를 계기로 여성 직원으로 근무하고 싶다는 취지의 요청을 했다. A실장은 X에게 성전환 수술을 적극 권고했으나 X가 거부했으므로 이러한 요청을 Y의 담당 부서로 전달했다.
요청을 전달받은 B조사관들은 관련 부서 등과의 협의나 본인과의 면담을 통해 일정 조건부로 여성의 복장 등에서의 근무나 한정된 화장실 사용 등을 인정한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그리고 소속부서 직원 대상 설명회를 개최해 X 본인의 성동일성 장애와 여성으로서의 근무 희망 등을 설명하고 그 다음 주부터 여성의 옷차림으로 근무하게 했다. 단, 가까운 층의 여성화장실 사용은 인정되지 않고 근무하는 층에서 2층 이상 떨어진 곳을 사용하게 됐다(이하 '본건 화장실과 관련된 처우').
X는 인사이동이나 화장실 사용 제한을 두지 않고 원칙적으로 일반 여성과 동등한 처우로 할 것, 성적 프라이버시를 존중할 것을 요구사항으로 하는 행정조치의 보정을 요청했으나 Y가 모두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처분을 하자 피고(국가)에 대해 본건 처분의 취소를 구함과 동시에 국가배상을 청구한 사안이다.
나. 대상판결의 판지(判旨)
성별은 사회생활이나 인간관계에서 개인의 속성 중 하나로 취급되며 개인의 인격적인 생존과 밀접하고 불가분의 것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개인이 진정으로 인정하는 성별에 입각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한 법적 이익으로서 국가배상법상으로도 보호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성동일성 장애인 특례법이 심리적인 성별과 법적 성별의 불일치로 인해 성동일성 장애인이 입게 되는 사회적 불이익 해소를 목적으로 제정된 점 등에서도 엿볼 수 있다.
또한 화장실이 사람의 생리적 작용에 따라 일상적으로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시설로 현대에 있어서는 사람이 평상시의 위생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것임을 감안할 때 개인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에 그가 자인하는 성별에 대응하는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이 제한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X가 전문의로부터 성동일성 장애 진단을 받은 자이며 본인인 성별이 여성이기 때문에 본건 화장실과 관련된 처우는 X가 진정으로 본인인 성별에 입각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 중요한 법적 이익을 제약하는 것이 된다.
한편 Y는 본건 화장실과 관련된 처우를 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X의 신체적 성별 또는 호적상의 성별이 남성임에 따라 여직원과의 사이에서 발생할 우려가 있는 트러블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주장하고 있는데, 해당 주장을 전제로 하면 X가 경제산업성 청사 내에서 여성용 화장실을 제한 없이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 의사와 관계없이 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되고, 그 일이 'X의 의사에 반해 신체의 침해를 받지 않을 자유'를 제약하게 된다는 일면도 가지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위와 같은 Y의 반론에도 불구하고 X에 대해 본인이 자인하는 성별 화장실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으며, 경제산업성이 X의 행정조치 보정 요구에도 '본건 화장실 관련 처우'를 계속한 것은 청사 관리권을 행사할 때 지켜야 할 주의 의무를 태만히 한 것으로서 국가배상법상 위법한 평가를 면할 수 없다.
3. 대상판결의 의의 및 평가
가. 성별의 법적 이익
성별은 사회생활이나 인간관계에 있어서의 개인의 속성의 하나로서 취급되고 있기 때문에 개인의 인격권과 밀접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할 것이다. 대상판결도 같은 지적을 해 본인이 자인하는 성별에 근거해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을 국가배상법(불법행위법)상의 '중요한 법적 이익'으로 보고 있다.
또한 X가 여성용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성별적합수술(성전환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는 '그 의사에 반해 신체에 대한 침해을 받지 않을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는 대상판결의 판시도 인격권과 결부된 중요한 법적 이익에 포섭될 수 있다.
한편, 대상판결은 다른 여성직원에 대한 배려라는 관점에서도 검토하고 있다. 이 판단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배려의 필요성이나 방법은 트랜스젠더 개개의 구체적 사정이나 사회적 상황의 변화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한 점이다. 구체적으로는 X가 전문의의 성동일성장애 진단을 받고 여성호르몬을 투여받은 지 오래돼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과 주로 사생활을 여성으로 영위하고 주변 여성들이 이를 인식해 위화감이 높지 않았던 점,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있다는 점이다.
나.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된 언동
대상판결의 판시사항에 자세히 서술해 두지는 않았지만, 피고에 대한 국가배상 외에 A실장의 발언이 부적절하며 위법하다고 판단한 부분이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은 폭행 및 폭언, 성희롱, 갑질, 따돌림 등 매우 다양한 형태로 발현되며 근로기준법에 해당 요건 및 회사의 조치 사항 등이 규정돼 있지만, 손해배상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서는 해당 언동이 국가배상법이나 불법행위법의 요건을 충족시킬 필요가 있으며, 특히 위법성이 문제된다.
직장 내 괴롭힘과 유사한 제도인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해 대법원은 '성적 표현행위의 위법성 여부는 쌍방 당사자의 연령이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성적 동기나 의도의 유무,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종합해, 그것이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춰 볼 때 용인될 수 있는 정도의 것인지 여부 즉 선량한 풍속 또는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돼야 하고, 상대방의 성적 표현행위로 인해 인격권의 침해를 당한 자가 정신적 고통을 입는다는 것은 경험칙상 명백해야 한다'고 판단한 점을 참고할 수 있다.
따라서 직장 내 괴롭힘에 있어 위법성 여부는 당사자 상호 간의 관계, 행위의 동기나 의도, 행위의 구체적 양태(시간ㆍ장소ㆍ상황ㆍ내용ㆍ정도ㆍ계속성 등),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고통의 정도 및 수인한도, 사회적 상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
대상판결에서 위법하다고 판단된 A실장의 발언은 X의 성적 자인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내용이며 비록 복장에 관한 내용이라 하더라도 성 자인에 입각한 사회생활을 하는 법적 이익의 중요성을 비춰 볼 때 사회적 상당성에 반하고 상대방의 수인한도를 초과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봤다. 즉, 이러한 발언 자체가 X의 프라이버시에 관련되고 업무의 적정범위를 넘어, X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다고 보고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4. 나가며
트랜스젠더에 대해서는 2019년에 WHO가 '성별 불일치'를 '정신질환 및 행동장애 범주'에서 제외하고, '성 건강에 관한 범주'로 옮기기로 했다. 이에 성소수자를 치료해야 할 존재로 간주하는 의학적 접근을 지양하고, 사회에 존재하는 장벽을 문제 삼는 사회적 접근으로의 전환을 도모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한편, 그들이 장애에서 제외됐다고 해도 자기의 의사에 따라 성별을 바꿀 수 없는 것이므로 근로기준법 제6조(균등처우)의 '성별' 혹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 여부, 혹은 남녀고용평등법상의 '고용상 성차별'의 해석에도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도 깊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성소수자를 둘러싼 다양한 문제에 대해 더욱 폭넓게 이해하며, 개개인의 인격과 개성의 존중이라는 관점에서 각 분야에서 적절하게 대응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월간노동법률] 박소민 노무법인 와이즈 대표공인노무사
1. 들어가며
필자는 공공기관의 각종 위원회 등에서 외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인사위원회에서 징계 건으로 회부된 사건들을 살피고 징계 양정을 결정하는 회의에 참석한다. 회의마다 각기 다양한 사건을 다루는데, 얼마 전 참석한 모 공공기관에서 트랜스젠더 직원의 여자 화장실 사용으로 같은 층의 여성 직원들에게 발각돼 이들이 신고해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건이 있었다. 사건 자체가 일반적인 성희롱이나 성차별 사건과는 달리 직무 규율을 위반한 직원이 성소수자이고, 이들을 일반 남성과 달리 어떻게 처우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사안이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다른 나라들처럼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및 인권 문제가 부각되고 있어 주의 깊게 살펴봤다.
얼마 전 성 확정 수술 후 군인으로서 직무를 지속하고자 했으나 국방부에 의해 강제 전역을 당한 변희수 하사의 죽음 역시 성소수자의 노동ㆍ인권 문제에 속한다. 성차별 때문에 자신이 전담하는 직무를 잃을 수밖에 없었던 한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다른 많은 성소수자 노동자들의 직장도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드러난 사건 뒤에는 화장실에 가는 게 불편해 물 마시는 것도 참아가며 일하는 트랜스젠더 노동자들이 있다.
이와 같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문제는 종종 언론을 통해 기사화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 차별금지법이 입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소수자의 인권 문제는 개별법 영역에서의 사법적 판단으로 넘겨지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성소수자의 화장실 사용에 대한 직접적인 법적 판단 사례가 없어 최근 일본 도쿄지방법원에서 판결한 '트랜스젠더 국가공무원에 대한 화장실 사용 제한 등의 위법성'에 대한 사례를 소개하고 이에 대한 법적 평가를 간략히 해보고자 한다.
2. 트랜스젠더 국가공무원에 대한 화장실 사용 제한 등의 위법성(이하 '대상판결')
가. 사실의 개요
피고 경제산업성 Y의 직원인 X는 어려서부터 자신의 신체적 성별이 남성이라는 점에 강한 위화감을 가지고 있어 출생 시의 성별과 인지하고 있는 성별이 일치하지 않는 트랜스젠더(Male to Female)이다. X는 <성동일성 장애인의 성별 취급 특례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에 규정된 성별 취급의 변경 심판을 받지 않았고 호적상으로도 남성이었지만 전문의로부터 성동일성 장애 진단을 받았다.
X는 소속부서의 A실장에게 성동일성 장애 진단을 받았음을 알리고 이를 계기로 여성 직원으로 근무하고 싶다는 취지의 요청을 했다. A실장은 X에게 성전환 수술을 적극 권고했으나 X가 거부했으므로 이러한 요청을 Y의 담당 부서로 전달했다.
요청을 전달받은 B조사관들은 관련 부서 등과의 협의나 본인과의 면담을 통해 일정 조건부로 여성의 복장 등에서의 근무나 한정된 화장실 사용 등을 인정한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그리고 소속부서 직원 대상 설명회를 개최해 X 본인의 성동일성 장애와 여성으로서의 근무 희망 등을 설명하고 그 다음 주부터 여성의 옷차림으로 근무하게 했다. 단, 가까운 층의 여성화장실 사용은 인정되지 않고 근무하는 층에서 2층 이상 떨어진 곳을 사용하게 됐다(이하 '본건 화장실과 관련된 처우').
X는 인사이동이나 화장실 사용 제한을 두지 않고 원칙적으로 일반 여성과 동등한 처우로 할 것, 성적 프라이버시를 존중할 것을 요구사항으로 하는 행정조치의 보정을 요청했으나 Y가 모두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처분을 하자 피고(국가)에 대해 본건 처분의 취소를 구함과 동시에 국가배상을 청구한 사안이다.
나. 대상판결의 판지(判旨)
성별은 사회생활이나 인간관계에서 개인의 속성 중 하나로 취급되며 개인의 인격적인 생존과 밀접하고 불가분의 것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개인이 진정으로 인정하는 성별에 입각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한 법적 이익으로서 국가배상법상으로도 보호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성동일성 장애인 특례법이 심리적인 성별과 법적 성별의 불일치로 인해 성동일성 장애인이 입게 되는 사회적 불이익 해소를 목적으로 제정된 점 등에서도 엿볼 수 있다.
또한 화장실이 사람의 생리적 작용에 따라 일상적으로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시설로 현대에 있어서는 사람이 평상시의 위생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것임을 감안할 때 개인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에 그가 자인하는 성별에 대응하는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이 제한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X가 전문의로부터 성동일성 장애 진단을 받은 자이며 본인인 성별이 여성이기 때문에 본건 화장실과 관련된 처우는 X가 진정으로 본인인 성별에 입각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 중요한 법적 이익을 제약하는 것이 된다.
한편 Y는 본건 화장실과 관련된 처우를 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X의 신체적 성별 또는 호적상의 성별이 남성임에 따라 여직원과의 사이에서 발생할 우려가 있는 트러블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주장하고 있는데, 해당 주장을 전제로 하면 X가 경제산업성 청사 내에서 여성용 화장실을 제한 없이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 의사와 관계없이 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되고, 그 일이 'X의 의사에 반해 신체의 침해를 받지 않을 자유'를 제약하게 된다는 일면도 가지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위와 같은 Y의 반론에도 불구하고 X에 대해 본인이 자인하는 성별 화장실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으며, 경제산업성이 X의 행정조치 보정 요구에도 '본건 화장실 관련 처우'를 계속한 것은 청사 관리권을 행사할 때 지켜야 할 주의 의무를 태만히 한 것으로서 국가배상법상 위법한 평가를 면할 수 없다.
3. 대상판결의 의의 및 평가
가. 성별의 법적 이익
성별은 사회생활이나 인간관계에 있어서의 개인의 속성의 하나로서 취급되고 있기 때문에 개인의 인격권과 밀접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할 것이다. 대상판결도 같은 지적을 해 본인이 자인하는 성별에 근거해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을 국가배상법(불법행위법)상의 '중요한 법적 이익'으로 보고 있다.
또한 X가 여성용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성별적합수술(성전환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는 '그 의사에 반해 신체에 대한 침해을 받지 않을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는 대상판결의 판시도 인격권과 결부된 중요한 법적 이익에 포섭될 수 있다.
한편, 대상판결은 다른 여성직원에 대한 배려라는 관점에서도 검토하고 있다. 이 판단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배려의 필요성이나 방법은 트랜스젠더 개개의 구체적 사정이나 사회적 상황의 변화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한 점이다. 구체적으로는 X가 전문의의 성동일성장애 진단을 받고 여성호르몬을 투여받은 지 오래돼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과 주로 사생활을 여성으로 영위하고 주변 여성들이 이를 인식해 위화감이 높지 않았던 점,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있다는 점이다.
나.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된 언동
대상판결의 판시사항에 자세히 서술해 두지는 않았지만, 피고에 대한 국가배상 외에 A실장의 발언이 부적절하며 위법하다고 판단한 부분이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은 폭행 및 폭언, 성희롱, 갑질, 따돌림 등 매우 다양한 형태로 발현되며 근로기준법에 해당 요건 및 회사의 조치 사항 등이 규정돼 있지만, 손해배상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서는 해당 언동이 국가배상법이나 불법행위법의 요건을 충족시킬 필요가 있으며, 특히 위법성이 문제된다.
직장 내 괴롭힘과 유사한 제도인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해 대법원은 '성적 표현행위의 위법성 여부는 쌍방 당사자의 연령이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성적 동기나 의도의 유무,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종합해, 그것이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춰 볼 때 용인될 수 있는 정도의 것인지 여부 즉 선량한 풍속 또는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돼야 하고, 상대방의 성적 표현행위로 인해 인격권의 침해를 당한 자가 정신적 고통을 입는다는 것은 경험칙상 명백해야 한다'고 판단한 점을 참고할 수 있다.
따라서 직장 내 괴롭힘에 있어 위법성 여부는 당사자 상호 간의 관계, 행위의 동기나 의도, 행위의 구체적 양태(시간ㆍ장소ㆍ상황ㆍ내용ㆍ정도ㆍ계속성 등),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고통의 정도 및 수인한도, 사회적 상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
대상판결에서 위법하다고 판단된 A실장의 발언은 X의 성적 자인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내용이며 비록 복장에 관한 내용이라 하더라도 성 자인에 입각한 사회생활을 하는 법적 이익의 중요성을 비춰 볼 때 사회적 상당성에 반하고 상대방의 수인한도를 초과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봤다. 즉, 이러한 발언 자체가 X의 프라이버시에 관련되고 업무의 적정범위를 넘어, X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다고 보고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4. 나가며
트랜스젠더에 대해서는 2019년에 WHO가 '성별 불일치'를 '정신질환 및 행동장애 범주'에서 제외하고, '성 건강에 관한 범주'로 옮기기로 했다. 이에 성소수자를 치료해야 할 존재로 간주하는 의학적 접근을 지양하고, 사회에 존재하는 장벽을 문제 삼는 사회적 접근으로의 전환을 도모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한편, 그들이 장애에서 제외됐다고 해도 자기의 의사에 따라 성별을 바꿀 수 없는 것이므로 근로기준법 제6조(균등처우)의 '성별' 혹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 여부, 혹은 남녀고용평등법상의 '고용상 성차별'의 해석에도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도 깊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성소수자를 둘러싼 다양한 문제에 대해 더욱 폭넓게 이해하며, 개개인의 인격과 개성의 존중이라는 관점에서 각 분야에서 적절하게 대응이 이뤄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