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 노동법상 근로자대표제도에 대한 입법적 개선방안 (박소민 박사)
[2021년 2월호 vol.357]
1. 들어가며
근로자대표는 경영상 해고, 근로시간제 변경 등 노동관계법에서 동의나 합의, 협의, 의견청취 등을 하는 권한을 가진 주체다. 근로자대표는 정리해고, 근로시간뿐 아니라 유급휴가 대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퇴직급여제도 설정-도입, 파견근로자 사용, 임금피크제 실시 등 주요 근로조건 변경 시 전체 근로자를 대표해 의견을 청취하거나 사측과 협의-합의할 권한을 가진다. 특히 최근 도입이 확산되는 탄력근로제나 선택근로제 등의 유연근무제에 있어서도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를 그 요건으로 하는 등 노동관계법 여러 분야에서 역할을 가지고 있음에도, 막상 근로자대표 선출절차나 방법, 지위 등에서는 구체적인 법적 규정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업 수준에서 전통적으로 기업별 노동조합을 통해 근로자가 대표돼 왔다. 하지만 최근 노동조합 조직률 저하 등에 의한 노동조합 대표 기능의 감소, 근로기준법 등의 과반수대표제를 채용하는 규정의 증가 등에 따라 노동조합과는 구별되는 근로자대표제도의 본연의 기능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노동조합의 조직률의 저하와 관련해 이른바 비정규직 근로자의 증가, 더 나아가 일반적으로는 근로자 형태의 다양화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으며, 또한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이하 '근참법')상 노사협의회 제도를 활용하는 구상이 제시되기도 해 기업 내 근로자대표제도에 대한 입법론적 검토가 한층 더 중요성을 띠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 하에 2020.10.16.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이하 '경사노위')는 '근로자대표제도 개선에 관한 노사정 합의문'을 노-사-정, 공익위원 전원일치로 의결했다. 경사노위 합의문에는 근로자대표의 선출방법, 근로자대표의 임기, 근로자대표의 지위와 활동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사노위 합의문을 바탕으로 세부 내용을 보완해 향후 입법화를 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본고에서는 경사노위 근로자대표 합의안을 바탕으로 향후 입법화가 될 때 어떤 내용으로 정비돼야 할지 간략히 논의하기로 한다.
2. 근로자대표 입법 정비의 정당성
가. 근로조건 대등 결정의 이념
입법상 근로자대표가 실제로 담당하고 있는 중요한 권한의 하나는 법정 최저기준을 밑도는 근로조건 설정의 합법화 기능이다. 이러한 법규범으로부터의 이탈(Delogation)은 국가에 의한 근로조건의 기준 설정 의무(헌법 제32조 제3항) 하에서 산업구조의 다양화 등을 바탕으로 국가에 의한 일률적인 규제를 각각의 기업 노사의 실정에 맞게 유연화시키는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조건 하에서 이탈을 인정할지에 관해서도 위 헌법규정에 기초한 입법 정비가 요청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노동조합에만 이탈을 위한 협정의 체결을 인정하는 방식도 있을 수 있으나, 근로자가 임의적으로 결성하는 조직체인 노동조합이 사업장마다 항상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존재하더라도 특정 직군 또는 특정 근로자에만 해당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이 대표성을 띠지 않는 경우도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근로조건 설정에 대한 관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헌법 제32조 제3항에 근거해 혹은 근로계약에 있어서의 근로조건 대등 결정의 기본이념(근기법 제4조 참조)에 비춰 사업장 등에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를 포함해 노사에 의한 대등한 결정이 가능하도록 입법 정비가 필요하다.
나. 헌법 제33조와의 관계
과반수대표는 개인의 근로계약상의 권리-의무를 직접 규율하는 효력은 없지만, 실질적으로는 법 소정의 사항에 대해 근로조건 결정 과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형태의 권한이 부여돼 있어, 노동조합을 통한 집단적인 형태로의 근로조건 설정(결정)에 기초를 주고 있는 헌법 제33조와의 관계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문제가 되는 것은 헌법 제33조가 집단적인 형태의 근로조건 설정에 대한 관여를 노동조합에게만 인정하는 취지인지 여부이다. 그러나 이 헌법 조항은 노동조합을 제1차적인 담당자로 규정하는 것이나, 근로자대표가 담당하는 것을 배제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과반수대표제가 근로기준법을 비롯해 노동관계에 적용되는 다수의 법률에 존재하는 것도 이러한 이해에 근거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둘째, 어떤 형태로 설계할 것인가에 관련된 문제인데, 특히 상설적인 근로자대표제를 마련하는 경우 노동조합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 사업장에서의 노동조합 결성 등을 현실적으로 저해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33조와의 관계에서 문제될 수 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근로자대표가 노동조합 결성의 유인적인 형태가 되는 반대의 가능성도 상정할 수 있으며, 또한 근로자대표제를 입법화하려는 목표는 노동조합이 쇠퇴하는 가운데 근로자의 집단적 이익의 대표를 근로자대표로 대체하려는 바에 있고 그것 자체가 당연히 헌법 제33조와의 관계에서 허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된다.
3. 근로자대표 입법 정비의 방향
앞서 말한 바 있지만, 현재 과반수대표가 담당하고 있는 권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법정 최저기준을 밑도는 근로조건 설정의 합법화 기능이다. 그러나 근로자대표가 직접적으로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권한은 없지만 실질적으로는 동의권(거부권) 등으로 근로조건 결정 과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용자와의 관계에서의 대등성을 일정 정도 갖춘 형태의 근로자대표제로 정비할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대등성의 확보를 위해서는 먼저 대표기관의 상설성 여부가 검토돼야 한다. 헌법 제33조와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 현행법과 같이 과반수 노조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해당 과반수 조합이 당연히 상설적 기관으로 위치한다. 그러나 노동조합(과반수 조합)의 존재와 관계없이 항상 그러한 대표 기관을 마련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이에 대해 일본에서는 조합중심주의적인 입장에서 원칙적으로 근로자대표 기관의 상설성을 부인하고, 사업장 내에 노동조합(과반수 노조)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법에 따라 과반수대표의 설치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반면, 상설적인 근로자대표 기관을 설치해야 한다는 견해는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보다 적절하고 정당한 형태로 반영하기 위해 근로자대표의 구성상 다양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음을 중요 논거로 삼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정보획득이나 경험의 축적 등의 측면에서 상설적 대표 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노동조합이 근로자대표의 기능을 담당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비조합원-비정규직을 포함해 대표하는 근로자 전원의 이익을 공정하게 대표하는 책무를 부과하고, 또한 비조합원-비정규직을 포함한 근로자들의 의견을 반영할 의무를 부과하는 등의 형태로 정비돼야 할 것이다. 또한, 과반수 조합은 존재하지 않지만, 소수 조합은 존재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민주적 정당성과의 관계상 과반수 근로자의 지지를 얻는 절차(선거 또는 신임 절차)를 요구하면서도, 근로자대표 개인의 선출에 우선하는 형태로 소수 조합 그 자체가 근로자대표가 되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사용자와의 대등성 확보를 위해서는 근로자대표가 사업장 내에서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그 지위를 보장하고, 불이익 취급 금지의 명확화 등 근로자대표의 독립성 확보가 필요하다. 이미 경사노위 합의안은 근로자대표의 임기를 3년으로 명시하고, 근로자대표에 대한 사용자 불이익 취급 및 개입-방해 금지를 천명했다. 향후 입법으로 근로자대표의 활동보장에 관한 사항을 세부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예를 들어 근로의무의 면제, 활동시간 중의 임금 보장, 사용자에 대한 협의 및 자료 요구권, 사용자에 의한 비용 부담의 법정화 등).
한편, 근로자대표가 취업규칙 변경에 관한 의견청취(또는 동의)를 구하는 경우 취업규칙이 근로자 전체의 근로조건 전반을 규율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는 형태의 근로자대표제 정비도 필요하다. 특히 노동조합이 근로자대표의 기능을 담당하는 경우에는 비조합원을 포함해 종업원 전체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의무화돼야 하며, 법정의 근로자대표가 선출될 경우에는 상기와 같은 의견집약에 관한 의무화 외에 사업장 등의 근로자 집단 규모를 고려하면서 복수 명의 위원을 선출하기로 한 후, 위원 구성상 다양성을 확보하는 배려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4. 근로조건 설정(결정)에 관한 기능 확대 가능성
입법으로 근로자대표제를 정비하는 경우, 법제도상 근로조건 결정 과정에 근로자의 집단적인 관여가 예정되는 사항과의 관계에서 그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가능성 중 하나로서는 (노동조합이 아닌) 법정의 근로자대표에게도 근로조건 결정의 기능(규범적 효력을 갖는 협정의 체결 권한) 그 자체를 인정하는 것을 상정할 수 있는데, 이는 노동조합과 법정의 근로자대표를 경합적인 관계에 서게 할 것이므로, 노동조합을 집단적인 형태의 근로조건 설정에 관여하는 제1차적인 담당자로 한다고 해석되는 헌법 제33조와의 관계에서 부정적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반면, 법정 근로자대표의 역할은 정보제공 및 협의를 받는 기능을 활용함으로써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기능을 인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근로조건 대등 결정의 기본이념을 실현하는 관점에서 정당화될 수 있는 동시에, 기존 노사협의회와의 기능적 연계를 통해 현실화될 수 있다. 가령,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이나 경영상 해고 등 근로자 집단의 고용이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해서는 의견청취나 사전협의를 위한 정보제공 및 보고요구권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능의 실현 방법으로는 노사협의회의 정기회의 외에 필요시 임시회의의 개최를 통해 정보제공이나 협의 경위를 적절한 형태로 실시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근참법 제12조 참조).
5. 마치며
경사노위 합의안에서의 논의를 고려할 때, 근로자대표에 대한 선출절차와 지위-활동 보장 등을 전제로 다양한 근로자를 대표하는 형태로 근로자대표 제도를 정비할 필요성이 있다. 현재에도 기업별 조합이 노동조합의 주요 조직 형태인 점을 고려하면 근로자대표 제도를 정비하는 경우에는 같은 기업 단위에 존재하는 기업별 조합과의 관계를 어떻게 조정할지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우선 노동조합이 근로자대표의 기능을 담당하는 경우에는 비조합원을 포함해 근로자 전체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의무화돼야 하며, 만약 근로자대표가 선출될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의견집약에 관한 의무화 외에 사업장의 근로자 규모를 고려하면서 복수의 위원을 선출해 위원 구성상 다양성을 확보하는 배려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사업장 단위에서의 근로자대표 기구의 도입을 통해 선출절차 및 운영에서의 민주성, 사용자로부터의 독립성 및 사용자와의 대등성, 대표기관으로서의 상설성 및 지속성을 보장하도록 하는 세부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