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노동법 영역에 대한 경제법 적용 여부
[2020년 5월호 vol.0]
1. 들어가며
경제법과 노동법은 모두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전해 나가는 과정에서 그 내재적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나타난 법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시장 메커니즘의 유지와 보완을 목적으로 하는 경제법과 노사관계 규제를 목적으로 하는 노동법은 각각 성격을 달리하는 것이며, 각자의 학문 분야에서 고유의 발전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최근 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외부 노동시장의 확대와 기업 활동의 증가는 경제법과 노동법의 교차 영역 확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우리 독점규제법상의 적용 범위와 미국 경제법상의 '노동에 대한 적용제외(Labor exemption)'법리 등을 통해 경제법의 적용 범위에 노동조합 등의 활동이 포함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 노동법 영역에 대한 약관규제의 가능성 유무를 검토해보기로 한다.
2. 공정거래법의 적용 범위
재화가 거래되는 곳을 시장이라고 한다. 시장은 생산물시장과 생산요소시장으로 나눌 수 있다. 생산물시장은 소비를 위한 재화와 서비스가 거래되는 곳이고, 생산요소시장은 토지,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가 거래되는 곳으로 크게 '자본시장'과 '노동시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구분에 따라 원칙적으로 일반 상품시장에 대해서는 경제법이, 노동시장에 대해서는 노동법이 적용된다. 따라서 상품시장에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상의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금지, 부당공동행위 금지,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등의 규정을 통해 사업자의 공정시장질서를 침해하는 행위를 규제하지만, 일반적으로 노동시장에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노동시장에 공정거래법의 적용이 배제된다는 법적 근거를 찾을 수 없고, 노동조합이 교섭력을 남용해 비조직근로자, 취업희망자 등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등 전체 노동시장 질서가 왜곡되는 경우, 노동조합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한편, 공정거래법은 그 인적 적용 범위를 사업자와 사업자단체로 제한하고 있다. 자연인이든 법인이든 사업자의 성격을 갖춘 자와 그 단체에만 공정거래법이 적용되도록 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이 사업자를 중심으로 한 거래 관계에서 경쟁과 관련이 있는 행위만을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은 사업자를 "제조업, 서비스업 기타 사업을 행하는 자"로 정의하고 있을 뿐(법 제2조 제1호), 사업의 개념과 범위에 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 사업이란 "타인에게 일정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고 그에 상응하는 반대급부를 받는 행위를 계속-반복적으로 하는 것"을 말하며, 반드시 영리를 목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고 할 것이다. 또한 사업자인지는 경제적 독립성 여부로 판단해야 하므로, 하나의 사업자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수익을 일정한 비율로 배분하는 관계에 있든지 실질적으로 단일한 지휘 아래 종속적으로 사업 활동을 영위해야 한다.
법상 사업자의 범위에는 제한이 없으므로 전문직 종사자(예컨대, 변호사, 의사, 회계사, 법무사, 건축사) 단체도 이에 해당한다. 프로스포츠선수나 예술 활동을 행하는 자도 사업자에 속한다. 반면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종업원의 경우에는 사업자성이 부인되고, 사용자의 지휘 감독하에 있는 근로자 및 그들의 단체인 노동조합도 사업자로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노동조합의 단체행동이나 근로자들의 집단적 보이콧은 원칙적으로 공정거래법의 대상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이를 노동의 적용제외(Labor exemption)라 한다.
3. 노동의 적용제외에 관한 미국의 입법례
우리나라 공정개래법의 모법이라 할 수 있는 미국 반트러스트법(특히 셔먼법)은 그 인적 적용 범위를 '사람(Person)'으로 넓게 규정하고 있다. 조문을 문언 해석하면 근로자들의 집단행동이나 노동조합의 활동은 말할 것도 없이, 넓게는 노동시장에 관한 경쟁 제한 전반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사실 19세기 말 셔먼법 제정 당시 이 법이 노동운동 억압을 위해 자주 적용되면서 1914년 의회는 클레이튼법 제6조 및 제20조를 제정해 조합활동 보호를 도모했다. 그러나 1921년 Duplex 판결에서 연방 대법원이 동조를 축소 해석 하면서 1932년 의회는 노리스-라과디아법(Norris-La Guardia Act)을 제정해 쟁의행위에 대해 법원이 금지명령을 발하는 것을 재차 금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연방대법원도 1941년 Hutcheson 판결에서 Duplex 판결을 파기하고 노동조합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고, 또한 비노동자 단체(Non-labor group)와 연합하지 않는 한, 반트러스트법의 적용이 제외된다고 판시했다. 이러한 클레이턴법 제6조 및 제20조, 노리스-라과디아법 및 Hutcheson 판결에서 나타난 법리는 '법령의 노동 적용 제외(Statutory labor exemption)'로 불린다.
그러나 법령의 적용 제외는 노사 간 단체교섭과 단체협약에까진 미치지 못하는 불편이 발생했기 때문에 판례에 의해서 점차 적용 제외의 확장이 이루어졌다. 그 리딩케이스가 Jewel Tea사건이다. 이 사건은 고기 절단 노조와 시카고 정육점 단체가 고기 판매원의 노동시간과 고기 판매 시간(오전 9시~오후 6시)을 제한하는 내용의 산업 전체적인 단체협약을 체결한 데 대해 식료품점의 일부가 본 협약이 식료품점 간 판매 경쟁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제소한 것이다. 연방 대법원은 본 협약의 주된 목적은 노조원들의 임금, 노동시간 및 작업환경 등 이상적인 근로 조건을 성취하기 위한 것에 있으므로, 반트러스트 법의 적용 제외가 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판례에 의해서 확장된 적용 제외는 '법령 외 노동의 적용 제외(Non- statutory labor exemption)'라 불린다. 적용 제외의 상세한 요건 및 그 한계에 대해서는 그 이후의 판결례 사이에서도 조금씩 그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판례는 대체로 가능한 경우에는 노동정책과 독점금지정책 간 조화를 기하고, 절충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각각의 정책적 요구를 평가해 더 강력한 것에 양보하도록 하는 분석적인 태도와 목적을 제안하고 있다.
Brown v. ProFootball, Inc. 사건은 최근 연방대법원의 노조 적용제외 판결인데, 관련된 쟁점을 처리하고 있다. 1987년에 전국풋볼리그(NFL)와 선수 노조 사이의 단체협약이 만료됐고, NFL과 선수노조는 새로운 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협상을 시작했다. NFL은 각 팀에 2군(Developmental squad)을 설치해 2군 소속 선수들의 월급을 전 팀 동일하게 주(週) 1,000달러로 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선수 노조 개인 팀원들은 연봉을 협상할 자유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NFL은 일방적으로 이 계획을 실행했고, 이에 '2군 선수들'이 NFL과 각 팀을 셔먼법 제1조 위반으로 제소했다. 1심에서는 선수 측이 승소했지만 항소심에서는 NFL 측이 승소했기 때문에 선수 측이 상고했다.
연방대법원은 NFL의 2군 계획 실시에 법령 외 적용제외를 인정하고 선수 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연방대법원은 우선 사용자단체와 노동자단체에 협상을 시키면서 협상을 촉진시키기 위한 경쟁 제한적 협정 체결을 금지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전제하에, 단체협약을 위한 교섭과정에 부과되는 경쟁 제한은 반트러스트법의 제재로부터 보호돼야 하는 것을 법령 외 적용제외는 용인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협상의 교착 상태와 그 제안의 실행은 협상 과정의 중요한 부분을 구성하는 것으로 노동법상으로도 인정받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반독점법의 적용 제외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복수의 사용자에 따른 협상(Multi-employer bargaining)은 널리 이뤄지고 있으며 노사 양측에 있어서 메리트가 있으니, 이것을 반독점법에 따라 판단하는 것은 그 혜택을 잃을 위험이 있고, 동시에 단체협상 과정에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을 들여올 수 있다고 봤다. 따라서 노동법이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에 단체 협상 과정을 감시하는 주된 책임을 지운 것이고, 법원은 무엇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바람직한 단체 협상 정책인가를 독점금지법에 의해서 심리할 권한을 다루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판시했다. 본 판결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을 가진 사용자 간 협정을 반독점법의 적용 제외로 봤는데, 이는 과거처럼 반트러스트법 적용 제외를 근로자의 이익이 되도록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중립적인 존재로 노사 갈등을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활발한 단체 협상을 촉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한다는 기본 입장의 전환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하급심 법원은 현재 이른바 법령 외 적용 제외를 해석하는 데 Jewel Tea 사건부터 Brown v. ProFootball, Inc. 사건까지 일련의 연방대법원 판례를 기준으로 한 판례법을 적용한다. 비록 이들 사건이 클레이튼법 제20조와 노리스-라과디아법의 적용면제 법리를 평가하는 데 부분적으로 NLRB와 Taft-Hartley Act에 의존하고 있지만, 이들은 셔먼법의 사법적 축소화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클레이튼법 제20조와 노리스-라과디아법 조항의 적용면제 지표를 수립하려는 법적 시도로 볼 수 있다.
4. 노동조합에 대한 공정거래법 적용 가능성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 일반적으로 근로자와 노동조합은 공정거래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지만, 불공정거래행위, 특히 '자기의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 이른바 '거래상 지위의 남용'(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4호)의 해석을 둘러싸고 오랜 기간 논쟁이 있었다. 이에 대해 경제법 학계에서는 노사관계에서도 우월적 지위 남용이 해당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했는지에 대해 대법원은 "당사자가 처하고 있는 시장 및 거래의 상황, 당사자 간의 전체적 사업능력의 격차, 거래의 대상인 상품 또는 용역의 특성, 그리고 당해 행위의 의도-목적-효과-영향 및 구체적인 태양, 해당 사업자의 시장에서의 우월한 지위의 정도 및 상대방이 받게 되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등에 비추어 볼 때 정상적인 거래관행을 벗어난 것으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 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정상적인 거래관행'을 그 판단 기준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거래 조건의 결정은 원칙적으로 당사자 사이의 자치적인 결정에 맡기고 있는 것을 고려하고 해당 업계에 정착한 상관습은 일단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거래 조건을 나타내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점, 여기에 노동법의 판단 기준(특히 강행법인 근로기준법)을 끌고 들어오기는 어렵다는 점, 공정거래위원회의 관련 전문성 등 실무상 문제 등이 있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의 남용' 규정을 노사관계에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보인다. 다만, 불공정 거래 방법의 규정이 전혀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어느 상품 시장에서 유력한 사업자가 그 제품 생산에 필요 불가결한 특수 기능을 가진 근로자에게 부당하게 높은 임금을 제공함으로써 독점적으로 계약해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어렵게 만들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부당고가매입'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노동시장의 경쟁 제한이 아니라 사업자가 생산하는 상품시장에서의 경쟁 제한이 공정거래법상 위법한 것이고, 노동시장 경쟁제한이 상품시장에 반경쟁 효과를 가져오지 않는 한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편, 사업자가 통상의 독점규제법 위반 행위를 행한 경우 근로자의 공정거래법상 지위도 문제 될 수 있다. 근로자가 사업자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관여하는 예로는 첫째, 단체교섭이나 노사협의에서 노동조합이 해당 사업자가 속한 상품-서비스 시장에 반경쟁적 효과를 미치는 합의를 사업자와 행하는 경우다. 노동법적으로는 단체교섭의 대상 사항에는 사용자가 처분할 수 있는 사항으로서 사용자가 임의로 응하는 한 원칙적으로 제한이 없다. 따라서 사용자와 노동조합 사이에서 반경쟁적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미국에서 이 문제는 '법령 외 적용 제외'에 관한 중요 논점의 하나로 제시하고 노동조합의 책임이 인정된 사례도 있다.
우리 공정거래법에서는 이러한 사례를 아직 찾아보기 어렵지만, 몇 가지 문제는 제기될 수 있다. 우선 노동조합이 공정거래법상 '사업자'에 해당하느냐 여부인데, 만약 사업자에 해당한다면 공정거래법상의 불공정거래행위 및 부당 공동행위(카르텔) 위반에 대한 규율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은 노동력의 독점적 공급을 통해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기능을 한다. 경제적으로 보면 노동조합은 법적으로 보장된 공급 카르텔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가정하면 비록 노동조합이 헌법상 근로조건의 향상을 목적으로 단결한다고 해도 이는 경쟁을 제한하게 되므로 개별 법률인 공정거래법의 규제 대상이 되는 모순된 결과가 나온다. 따라서 헌법 제33조 및 노조법 제3조-제4조가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등에 대해 민-형사 면책을 인정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은 공정거래법상으로도 면책될 수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만, 노동조합이라도 헌법 제33조에 의해 보호받는 노조활동과 전혀 상관없는 영리사업을 행하는 경우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공정거래법의 대상이 될 것이다.
보충적인 논점으로 노사의 반경쟁적 합의가 단체협약 등의 형식으로 이뤄지는 경우 이를 공정거래법상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문제가 될 수 있다. 가령, 노사가 경쟁사의 인력 스카우트를 방지하기 위한 임금담합을 단체협약으로 한다거나, 산재근로자 또는 장기근속근로자의 자녀에 대한 특별채용협정을 맺어 취업희망자를 배제․차별하는 경우를 예로들 수 있다. 이는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의 사법상 효력'이라는 경제법의 쟁점에 속하는 테마이지만, 지금까지 단체협약을 대상으로 한 논의는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일본에서는 노사 간 반경쟁적 합의라는 공정거래법의 위반 행위를 '공서양속' 위반으로 무효라고 해석하는 견해가 있다. 다만 이를 일률적으로 무효로 하는 것은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불안정하게 만들 우려가 있으므로 사용자만이 공정거래법에 근거한 법적 조치의 대상이 된다고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생각건대,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와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 그리고 전체 노동시장 질서는 각각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 연관돼 있으므로 이들 중 어느 것을 우선으로 하고 또 적절히 조화시킬 것인가는 그 나라의 사회정책적 결정사항이라고 할 것이다.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와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 행사가 전체 노동시장 질서의 공정성을 해치는 정도에 이른다고 판단되면 전체 시장질서 보호를 위해 일정 수준 규제의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할 것이다.
5. 노동법 영역에 대한 약관규제법 적용 가능성
현대사회에서는 계약행위의 대부분이 약관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다수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미리 마련된 약관은 기업 등 계약의 일방당사자가 그 거래상 지위 내지 경제적 우월성을 이유로 불공정한 내용을 거래내용으로 포함시킬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 등 사업자가 그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한 내용의 약관을 작성, 거래에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고 불공정한 내용의 약관을 규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규제법)이 제정됐다.
그렇다면, 노동법 영역에서도 약관규제법은 적용될 수 있는가. 가령 다수의 근로자와 한꺼번에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사용자는 사전에 근로계약을 작성하면서, 그 근로계약의 내용으로 다수의 근로자에게 적용될 정형적인 근로조건을 규정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즉, 이와 같은 근로계약이 약관에 해당하는지의 문제다. 이에 대해 약관규제법은 "이 법은 약관이 상법 제3편, 근로기준법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비영리사업의 분야에 속하는 계약에 관한 것일 때에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해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약관규제법 제30조). 이는 노동법 영역에 있어서 부당한 근로계약조건으로부터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에 대한 보호는 이미 '근로기준법(이하 근기법)'이라는 강행규정으로 실현되고 있기 때문에 약관규제법의 적용을 제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동법 실무에서 근로계약은 사용자가 제시하는 전형적인 근로계약서에 의해 체결되거나 사용자가 집단적인 근로계약을 강행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 내 신입사원에 제시되는 '수습 근로계약서'가 전형적인 근로계약서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사용자 측은 아니지만 고용노동부가 일반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표준 근로계약서'(양식)에도 이러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취업규칙을 제정-수정할 때에도 (물론 근로자의 의견청취라는 형식적인 요건이 있지만) 사용자의 우월적인 지위로 인해 일방적으로 작성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근기법의 적용만으로는 작성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완전히 해소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작성과정에서의 절차적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노동법 영역에 대해서도 약관규제법 적용이 고려돼야 한다.
또한, 입법론적으로 우리 약관규제법 체계는 독일의 약관법을 계수하면서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데, 독일의 경우 종래 약관법에 있던 다수의 규정을 2002년 개정된 민법 규정으로 통합하면서, 노동법 영역에 대한 약관의 적용 범위를 명시했다. 독일 민법 제310조 제4항은 "이 장은 상속법, 친족법 및 회사법 영역 내에서의 계약, 단체협약, 근로자대표 또는 공무원대표와의 서면합의에 대하여는 적용되지 아니한다. 근로계약에 적용함에 있어서는 노동법에서 적용되는 특수성을 적절히 고려하여야 한다; 제305조 제2항과 제3항은 적용되지 아니한다. 단체협약, 근로자대표 또는 공무원대표와의 서면합의는 제307조 제3항의 법률규정과 동등한 지위를 가진다"고 규정해 약관법의 규정이 근로계약에도 적용됨을 전제로 하면서, 단체협약, 사업장협정(Betriebs vereinbarung) 및 공공부문 사업장협정(Dienst vereinbarung)을 약관법의 적용제외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독일 민법 개정을 고려해 근기법상 근로계약에 대해 약관규제법의 적용을 배제하는 현행 규정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한편, 취업규칙에 대해서도 근기법이 근로자들의 의견청취 혹은 동의를 통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을 견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최초에 사용자가 작성하거나 불이익 변경이 아닌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의견청취라는 형식적인 요건만 규정하고 있을 뿐, 사용자의 일방 결정성을 제어할 만한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 또한 사용자가 의견청취 절차를 거치지 않고 취업규칙을 작성-변경했더라도 취업규칙의 효력이 부정되지 않고, 더 나아가 근로자들의 동의 없이 불이익 변경된 취업규칙이라 하더라도 판례법리상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 경우와 '상대적 무효설'에 의해 신규 입사자에 대해서는 유효한 경우가 있다는 측면에서 근기법상 근로조건 대등결정의 원칙은 관철되고 있지 못하다.
상당수 근로자가 취업규칙에 의해 근로조건이 규율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지만, 현행 취업규칙 제도가 근로조건에 대한 노사의 대등결정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이에 부합하는 제도라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취업규칙 법제 및 해석과 관련해서는 사용자 일방 결정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약관규제법이 적용돼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실제 상당수 근로계약이 사용자가 일방적-집단적으로 제시하는 전형 근로계약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취업규칙의 사용자 일방 결정성 등을 고려할 때 약관규제법 적용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본다. 다만, 노동법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므로 근기법이 적용되지 못하는 부분에 한하여 약관규제법이 보충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경제법과 노동법은 모두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전해 나가는 과정에서 그 내재적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나타난 법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시장 메커니즘의 유지와 보완을 목적으로 하는 경제법과 노사관계 규제를 목적으로 하는 노동법은 각각 성격을 달리하는 것이며, 각자의 학문 분야에서 고유의 발전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최근 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외부 노동시장의 확대와 기업 활동의 증가는 경제법과 노동법의 교차 영역 확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우리 독점규제법상의 적용 범위와 미국 경제법상의 '노동에 대한 적용제외(Labor exemption)'법리 등을 통해 경제법의 적용 범위에 노동조합 등의 활동이 포함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 노동법 영역에 대한 약관규제의 가능성 유무를 검토해보기로 한다.
2. 공정거래법의 적용 범위
재화가 거래되는 곳을 시장이라고 한다. 시장은 생산물시장과 생산요소시장으로 나눌 수 있다. 생산물시장은 소비를 위한 재화와 서비스가 거래되는 곳이고, 생산요소시장은 토지,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가 거래되는 곳으로 크게 '자본시장'과 '노동시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구분에 따라 원칙적으로 일반 상품시장에 대해서는 경제법이, 노동시장에 대해서는 노동법이 적용된다. 따라서 상품시장에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상의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금지, 부당공동행위 금지,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등의 규정을 통해 사업자의 공정시장질서를 침해하는 행위를 규제하지만, 일반적으로 노동시장에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노동시장에 공정거래법의 적용이 배제된다는 법적 근거를 찾을 수 없고, 노동조합이 교섭력을 남용해 비조직근로자, 취업희망자 등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등 전체 노동시장 질서가 왜곡되는 경우, 노동조합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한편, 공정거래법은 그 인적 적용 범위를 사업자와 사업자단체로 제한하고 있다. 자연인이든 법인이든 사업자의 성격을 갖춘 자와 그 단체에만 공정거래법이 적용되도록 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이 사업자를 중심으로 한 거래 관계에서 경쟁과 관련이 있는 행위만을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은 사업자를 "제조업, 서비스업 기타 사업을 행하는 자"로 정의하고 있을 뿐(법 제2조 제1호), 사업의 개념과 범위에 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 사업이란 "타인에게 일정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고 그에 상응하는 반대급부를 받는 행위를 계속-반복적으로 하는 것"을 말하며, 반드시 영리를 목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고 할 것이다. 또한 사업자인지는 경제적 독립성 여부로 판단해야 하므로, 하나의 사업자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수익을 일정한 비율로 배분하는 관계에 있든지 실질적으로 단일한 지휘 아래 종속적으로 사업 활동을 영위해야 한다.
법상 사업자의 범위에는 제한이 없으므로 전문직 종사자(예컨대, 변호사, 의사, 회계사, 법무사, 건축사) 단체도 이에 해당한다. 프로스포츠선수나 예술 활동을 행하는 자도 사업자에 속한다. 반면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종업원의 경우에는 사업자성이 부인되고, 사용자의 지휘 감독하에 있는 근로자 및 그들의 단체인 노동조합도 사업자로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노동조합의 단체행동이나 근로자들의 집단적 보이콧은 원칙적으로 공정거래법의 대상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이를 노동의 적용제외(Labor exemption)라 한다.
3. 노동의 적용제외에 관한 미국의 입법례
우리나라 공정개래법의 모법이라 할 수 있는 미국 반트러스트법(특히 셔먼법)은 그 인적 적용 범위를 '사람(Person)'으로 넓게 규정하고 있다. 조문을 문언 해석하면 근로자들의 집단행동이나 노동조합의 활동은 말할 것도 없이, 넓게는 노동시장에 관한 경쟁 제한 전반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사실 19세기 말 셔먼법 제정 당시 이 법이 노동운동 억압을 위해 자주 적용되면서 1914년 의회는 클레이튼법 제6조 및 제20조를 제정해 조합활동 보호를 도모했다. 그러나 1921년 Duplex 판결에서 연방 대법원이 동조를 축소 해석 하면서 1932년 의회는 노리스-라과디아법(Norris-La Guardia Act)을 제정해 쟁의행위에 대해 법원이 금지명령을 발하는 것을 재차 금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연방대법원도 1941년 Hutcheson 판결에서 Duplex 판결을 파기하고 노동조합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고, 또한 비노동자 단체(Non-labor group)와 연합하지 않는 한, 반트러스트법의 적용이 제외된다고 판시했다. 이러한 클레이턴법 제6조 및 제20조, 노리스-라과디아법 및 Hutcheson 판결에서 나타난 법리는 '법령의 노동 적용 제외(Statutory labor exemption)'로 불린다.
그러나 법령의 적용 제외는 노사 간 단체교섭과 단체협약에까진 미치지 못하는 불편이 발생했기 때문에 판례에 의해서 점차 적용 제외의 확장이 이루어졌다. 그 리딩케이스가 Jewel Tea사건이다. 이 사건은 고기 절단 노조와 시카고 정육점 단체가 고기 판매원의 노동시간과 고기 판매 시간(오전 9시~오후 6시)을 제한하는 내용의 산업 전체적인 단체협약을 체결한 데 대해 식료품점의 일부가 본 협약이 식료품점 간 판매 경쟁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제소한 것이다. 연방 대법원은 본 협약의 주된 목적은 노조원들의 임금, 노동시간 및 작업환경 등 이상적인 근로 조건을 성취하기 위한 것에 있으므로, 반트러스트 법의 적용 제외가 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판례에 의해서 확장된 적용 제외는 '법령 외 노동의 적용 제외(Non- statutory labor exemption)'라 불린다. 적용 제외의 상세한 요건 및 그 한계에 대해서는 그 이후의 판결례 사이에서도 조금씩 그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판례는 대체로 가능한 경우에는 노동정책과 독점금지정책 간 조화를 기하고, 절충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각각의 정책적 요구를 평가해 더 강력한 것에 양보하도록 하는 분석적인 태도와 목적을 제안하고 있다.
Brown v. ProFootball, Inc. 사건은 최근 연방대법원의 노조 적용제외 판결인데, 관련된 쟁점을 처리하고 있다. 1987년에 전국풋볼리그(NFL)와 선수 노조 사이의 단체협약이 만료됐고, NFL과 선수노조는 새로운 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협상을 시작했다. NFL은 각 팀에 2군(Developmental squad)을 설치해 2군 소속 선수들의 월급을 전 팀 동일하게 주(週) 1,000달러로 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선수 노조 개인 팀원들은 연봉을 협상할 자유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NFL은 일방적으로 이 계획을 실행했고, 이에 '2군 선수들'이 NFL과 각 팀을 셔먼법 제1조 위반으로 제소했다. 1심에서는 선수 측이 승소했지만 항소심에서는 NFL 측이 승소했기 때문에 선수 측이 상고했다.
연방대법원은 NFL의 2군 계획 실시에 법령 외 적용제외를 인정하고 선수 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연방대법원은 우선 사용자단체와 노동자단체에 협상을 시키면서 협상을 촉진시키기 위한 경쟁 제한적 협정 체결을 금지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전제하에, 단체협약을 위한 교섭과정에 부과되는 경쟁 제한은 반트러스트법의 제재로부터 보호돼야 하는 것을 법령 외 적용제외는 용인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협상의 교착 상태와 그 제안의 실행은 협상 과정의 중요한 부분을 구성하는 것으로 노동법상으로도 인정받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반독점법의 적용 제외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복수의 사용자에 따른 협상(Multi-employer bargaining)은 널리 이뤄지고 있으며 노사 양측에 있어서 메리트가 있으니, 이것을 반독점법에 따라 판단하는 것은 그 혜택을 잃을 위험이 있고, 동시에 단체협상 과정에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을 들여올 수 있다고 봤다. 따라서 노동법이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에 단체 협상 과정을 감시하는 주된 책임을 지운 것이고, 법원은 무엇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바람직한 단체 협상 정책인가를 독점금지법에 의해서 심리할 권한을 다루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판시했다. 본 판결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을 가진 사용자 간 협정을 반독점법의 적용 제외로 봤는데, 이는 과거처럼 반트러스트법 적용 제외를 근로자의 이익이 되도록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중립적인 존재로 노사 갈등을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활발한 단체 협상을 촉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한다는 기본 입장의 전환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하급심 법원은 현재 이른바 법령 외 적용 제외를 해석하는 데 Jewel Tea 사건부터 Brown v. ProFootball, Inc. 사건까지 일련의 연방대법원 판례를 기준으로 한 판례법을 적용한다. 비록 이들 사건이 클레이튼법 제20조와 노리스-라과디아법의 적용면제 법리를 평가하는 데 부분적으로 NLRB와 Taft-Hartley Act에 의존하고 있지만, 이들은 셔먼법의 사법적 축소화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클레이튼법 제20조와 노리스-라과디아법 조항의 적용면제 지표를 수립하려는 법적 시도로 볼 수 있다.
4. 노동조합에 대한 공정거래법 적용 가능성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 일반적으로 근로자와 노동조합은 공정거래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지만, 불공정거래행위, 특히 '자기의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 이른바 '거래상 지위의 남용'(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4호)의 해석을 둘러싸고 오랜 기간 논쟁이 있었다. 이에 대해 경제법 학계에서는 노사관계에서도 우월적 지위 남용이 해당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했는지에 대해 대법원은 "당사자가 처하고 있는 시장 및 거래의 상황, 당사자 간의 전체적 사업능력의 격차, 거래의 대상인 상품 또는 용역의 특성, 그리고 당해 행위의 의도-목적-효과-영향 및 구체적인 태양, 해당 사업자의 시장에서의 우월한 지위의 정도 및 상대방이 받게 되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등에 비추어 볼 때 정상적인 거래관행을 벗어난 것으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 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정상적인 거래관행'을 그 판단 기준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거래 조건의 결정은 원칙적으로 당사자 사이의 자치적인 결정에 맡기고 있는 것을 고려하고 해당 업계에 정착한 상관습은 일단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거래 조건을 나타내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점, 여기에 노동법의 판단 기준(특히 강행법인 근로기준법)을 끌고 들어오기는 어렵다는 점, 공정거래위원회의 관련 전문성 등 실무상 문제 등이 있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의 남용' 규정을 노사관계에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보인다. 다만, 불공정 거래 방법의 규정이 전혀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어느 상품 시장에서 유력한 사업자가 그 제품 생산에 필요 불가결한 특수 기능을 가진 근로자에게 부당하게 높은 임금을 제공함으로써 독점적으로 계약해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어렵게 만들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부당고가매입'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노동시장의 경쟁 제한이 아니라 사업자가 생산하는 상품시장에서의 경쟁 제한이 공정거래법상 위법한 것이고, 노동시장 경쟁제한이 상품시장에 반경쟁 효과를 가져오지 않는 한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편, 사업자가 통상의 독점규제법 위반 행위를 행한 경우 근로자의 공정거래법상 지위도 문제 될 수 있다. 근로자가 사업자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관여하는 예로는 첫째, 단체교섭이나 노사협의에서 노동조합이 해당 사업자가 속한 상품-서비스 시장에 반경쟁적 효과를 미치는 합의를 사업자와 행하는 경우다. 노동법적으로는 단체교섭의 대상 사항에는 사용자가 처분할 수 있는 사항으로서 사용자가 임의로 응하는 한 원칙적으로 제한이 없다. 따라서 사용자와 노동조합 사이에서 반경쟁적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미국에서 이 문제는 '법령 외 적용 제외'에 관한 중요 논점의 하나로 제시하고 노동조합의 책임이 인정된 사례도 있다.
우리 공정거래법에서는 이러한 사례를 아직 찾아보기 어렵지만, 몇 가지 문제는 제기될 수 있다. 우선 노동조합이 공정거래법상 '사업자'에 해당하느냐 여부인데, 만약 사업자에 해당한다면 공정거래법상의 불공정거래행위 및 부당 공동행위(카르텔) 위반에 대한 규율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은 노동력의 독점적 공급을 통해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기능을 한다. 경제적으로 보면 노동조합은 법적으로 보장된 공급 카르텔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가정하면 비록 노동조합이 헌법상 근로조건의 향상을 목적으로 단결한다고 해도 이는 경쟁을 제한하게 되므로 개별 법률인 공정거래법의 규제 대상이 되는 모순된 결과가 나온다. 따라서 헌법 제33조 및 노조법 제3조-제4조가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등에 대해 민-형사 면책을 인정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은 공정거래법상으로도 면책될 수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만, 노동조합이라도 헌법 제33조에 의해 보호받는 노조활동과 전혀 상관없는 영리사업을 행하는 경우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공정거래법의 대상이 될 것이다.
보충적인 논점으로 노사의 반경쟁적 합의가 단체협약 등의 형식으로 이뤄지는 경우 이를 공정거래법상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문제가 될 수 있다. 가령, 노사가 경쟁사의 인력 스카우트를 방지하기 위한 임금담합을 단체협약으로 한다거나, 산재근로자 또는 장기근속근로자의 자녀에 대한 특별채용협정을 맺어 취업희망자를 배제․차별하는 경우를 예로들 수 있다. 이는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의 사법상 효력'이라는 경제법의 쟁점에 속하는 테마이지만, 지금까지 단체협약을 대상으로 한 논의는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일본에서는 노사 간 반경쟁적 합의라는 공정거래법의 위반 행위를 '공서양속' 위반으로 무효라고 해석하는 견해가 있다. 다만 이를 일률적으로 무효로 하는 것은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불안정하게 만들 우려가 있으므로 사용자만이 공정거래법에 근거한 법적 조치의 대상이 된다고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생각건대,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와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 그리고 전체 노동시장 질서는 각각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 연관돼 있으므로 이들 중 어느 것을 우선으로 하고 또 적절히 조화시킬 것인가는 그 나라의 사회정책적 결정사항이라고 할 것이다.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와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 행사가 전체 노동시장 질서의 공정성을 해치는 정도에 이른다고 판단되면 전체 시장질서 보호를 위해 일정 수준 규제의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할 것이다.
5. 노동법 영역에 대한 약관규제법 적용 가능성
현대사회에서는 계약행위의 대부분이 약관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다수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미리 마련된 약관은 기업 등 계약의 일방당사자가 그 거래상 지위 내지 경제적 우월성을 이유로 불공정한 내용을 거래내용으로 포함시킬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 등 사업자가 그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한 내용의 약관을 작성, 거래에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고 불공정한 내용의 약관을 규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규제법)이 제정됐다.
그렇다면, 노동법 영역에서도 약관규제법은 적용될 수 있는가. 가령 다수의 근로자와 한꺼번에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사용자는 사전에 근로계약을 작성하면서, 그 근로계약의 내용으로 다수의 근로자에게 적용될 정형적인 근로조건을 규정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즉, 이와 같은 근로계약이 약관에 해당하는지의 문제다. 이에 대해 약관규제법은 "이 법은 약관이 상법 제3편, 근로기준법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비영리사업의 분야에 속하는 계약에 관한 것일 때에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해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약관규제법 제30조). 이는 노동법 영역에 있어서 부당한 근로계약조건으로부터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에 대한 보호는 이미 '근로기준법(이하 근기법)'이라는 강행규정으로 실현되고 있기 때문에 약관규제법의 적용을 제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동법 실무에서 근로계약은 사용자가 제시하는 전형적인 근로계약서에 의해 체결되거나 사용자가 집단적인 근로계약을 강행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 내 신입사원에 제시되는 '수습 근로계약서'가 전형적인 근로계약서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사용자 측은 아니지만 고용노동부가 일반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표준 근로계약서'(양식)에도 이러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취업규칙을 제정-수정할 때에도 (물론 근로자의 의견청취라는 형식적인 요건이 있지만) 사용자의 우월적인 지위로 인해 일방적으로 작성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근기법의 적용만으로는 작성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완전히 해소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작성과정에서의 절차적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노동법 영역에 대해서도 약관규제법 적용이 고려돼야 한다.
또한, 입법론적으로 우리 약관규제법 체계는 독일의 약관법을 계수하면서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데, 독일의 경우 종래 약관법에 있던 다수의 규정을 2002년 개정된 민법 규정으로 통합하면서, 노동법 영역에 대한 약관의 적용 범위를 명시했다. 독일 민법 제310조 제4항은 "이 장은 상속법, 친족법 및 회사법 영역 내에서의 계약, 단체협약, 근로자대표 또는 공무원대표와의 서면합의에 대하여는 적용되지 아니한다. 근로계약에 적용함에 있어서는 노동법에서 적용되는 특수성을 적절히 고려하여야 한다; 제305조 제2항과 제3항은 적용되지 아니한다. 단체협약, 근로자대표 또는 공무원대표와의 서면합의는 제307조 제3항의 법률규정과 동등한 지위를 가진다"고 규정해 약관법의 규정이 근로계약에도 적용됨을 전제로 하면서, 단체협약, 사업장협정(Betriebs vereinbarung) 및 공공부문 사업장협정(Dienst vereinbarung)을 약관법의 적용제외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독일 민법 개정을 고려해 근기법상 근로계약에 대해 약관규제법의 적용을 배제하는 현행 규정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한편, 취업규칙에 대해서도 근기법이 근로자들의 의견청취 혹은 동의를 통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을 견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최초에 사용자가 작성하거나 불이익 변경이 아닌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의견청취라는 형식적인 요건만 규정하고 있을 뿐, 사용자의 일방 결정성을 제어할 만한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 또한 사용자가 의견청취 절차를 거치지 않고 취업규칙을 작성-변경했더라도 취업규칙의 효력이 부정되지 않고, 더 나아가 근로자들의 동의 없이 불이익 변경된 취업규칙이라 하더라도 판례법리상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 경우와 '상대적 무효설'에 의해 신규 입사자에 대해서는 유효한 경우가 있다는 측면에서 근기법상 근로조건 대등결정의 원칙은 관철되고 있지 못하다.
상당수 근로자가 취업규칙에 의해 근로조건이 규율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지만, 현행 취업규칙 제도가 근로조건에 대한 노사의 대등결정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이에 부합하는 제도라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취업규칙 법제 및 해석과 관련해서는 사용자 일방 결정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약관규제법이 적용돼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실제 상당수 근로계약이 사용자가 일방적-집단적으로 제시하는 전형 근로계약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취업규칙의 사용자 일방 결정성 등을 고려할 때 약관규제법 적용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본다. 다만, 노동법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므로 근기법이 적용되지 못하는 부분에 한하여 약관규제법이 보충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 n202005_112리포트_박소민.pdf (2.3MB) (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