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개그맨으로 알아보는 직원의 개념과 정의
[노동법률 2020년 7월호 vol.350]

지난 5월 말 한국방송공사(KBS) KBS 연구동 여자 화장실에서 불법촬영에 쓰이는 카메라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 중인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대해 모 언론사가 6월 1일 용의자는 KBS에 근무하고 있는 '남성 직원'이라고 보도하자 KBS는 보도자료를 내고 오보라고 반박하며 이를 인용 보도하는 매체에 대해서도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해당 언론사는 다시 용의자가 'KBS 공채 출신 개그맨'이라고 추가 보도해 사실상 KBS의 직원이나 다름없다는 취지의 보도를 냈다. 그러자 KBS 측은 개그맨(코미디언)은 프리랜서 개념으로 계약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직원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반박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공채 출신 개그맨은 과연 KBS의 직원이라고 할 수 있는가?
우선, 사전적인 의미에서 '직원'이라 함은 회사의 취업규칙 등에 의해 채용돼 특정한 직무(職務)를 수행하는 자를 말한다. 이러한 직원이라는 용어는 법적으로 근로자 혹은 노동자라는 개념으로 환원해 사용될 수 있다.
종래 학계와 법원에서는 근로계약에서의 '종속성'에 착안해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논리를 전개해왔다. 판례법리는 개별법령에 규정된 정의규정에서 출발하는 외형을 갖추면서도, 실제로는 종속관계를 기준으로 종속성에 대한 여러 핵심징표들을 창출해 개별사례마다 이를 대입해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특히, 판례는 노동법상 근로자성을 구분해 근로기준기법상 근로자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사용종속관계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경제적-조직적 종속관계를 그 주된 판단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와 같은 판례기준대로라면 탤런트. 성우, 개그맨 등과 같이 KBS와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하는 방송연기자들은 사용종속성이 약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기가 쉽지 않다.
반면, 최근 판례법리는 노동조합법에서의 근로자 범위에는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계약의 상대방과 대등하게 교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비교적 넓게 파악돼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KBS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방송연기자노조)은 1988년 방송연기자를 조직대상으로 설립된 단위노동조합으로서 탤런트, 성우, 코미디언, 무술연기자 등 4개 지부를 설치해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방송연기자노조는 한국방송공사(KBS)와의 단체교섭을 통해 출연료 등에 관한 단체협약을 체결해 왔는데, 2013년 방송연기자노조와 KBS 소속 근로자(한국방송공사 직원 노동조합들)의 교섭단위를 각각 분리결정해 줄 것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신청하면서 이들의 노동법적 지위가 문제 됐다.
이에 대한 다툼에서 최종적으로 대법원은 해당 판결에서 ① KBS가 보수를 비롯해 방송연기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있다는 점, ② 방송연기자가 제공하는 노무인 방송연기는 KBS의 방송사업 수행을 위한 필수적 요소 중 하나이고 방송연기자는 KBS 등 방송사업자의 방송사업을 통해서만 방송연기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 ③ 방송연기자의 연기는 KBS가 결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이뤄지고 연출감독이나 현장진행자의 개별적이고 직접적인 지시를 받으며 진행되며 연출감독은 대본 연습 단계부터 연기자의 연기에 관여하고 연기의 수정을 요구할 수도 있는 등 KBS는 방송연기자들의 업무 수행과정에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지휘-감독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 ④ 방송연기자가 받는 출연료는 기본적으로 방송연기라는 노무제공의 대가라는 점, ⑤ 그동안 KBS는 방송연기자노조와 단체교섭을 통해 단체협약을 체결해 왔고 방송연기자노조도 KBS와 원활하게 단체교섭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에는 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을 신청해 분쟁을 해결해 왔다는 점, ⑥ 방송연기자의 KBS에 대한 전속성과 소득 의존성이 강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들어 방송연기자가 노조법상 근로자임을 부정할 것은 아니라는 점 등을 들어 방송연기자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했다(대법원 2018.10.12. 선고, 2015두38092 판결).
결론적으로 개그맨의 노동법적 지위는 그들이 근기법상 근로자로서의 보호는 받기 어렵지만, 노조법상 노동자로서의 권리는 인정될 수 있는 중간 위치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응하는 KBS는 노동법상 사용자성이 인정될 수 있을 것인가. KBS 역시 노동법적으로는 개그맨의 근기법상 근로자성 또는 노조법상 노동자성에 상응해 그 법적 지위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방송연기자)들과 직접적인 고용관계는 없다 하더라도 사업장에서 이들과 관계된 중대한 사안이 발생하면 사업주는 최소한의 책임의식을 가지고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더욱이 공영방송이라는 위치에서 시청자의 수신료로 직원은 물론 그들의 급료도 지급되고 있으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