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탄력근로제 합의안 관련 실무적 검토
[2019년 4월호 vol.335]
[월간노동법률] 박소민 노무법인 와이즈 대표공인노무사
1. 들어가며
지난 2월 19일.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최장 6개월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사회적 대화를 통한 첫 번째 결과물이다. 그러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의 확대를 둘러싸고, 1년으로 늘려야한다는 주장과 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상당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3월 말로 주52시간 근무제 계도기간이 종료될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최종 합의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본 기고에서는 이러한 탄력근로제에 대해 아직 단위기간의 논란은 있지만 일단 경사노위에서 합의된 사항을 중심으로 그 내용을 소개하고, 합의안에 따라 탄력근로제 도입 시 실무적으로 쟁점이 되는 사항에 대해 검토해 보고자 한다.
2. 경사노위의 탄력근로제 관련 합의안의 내용
탄력적 근로시간제란 '일정한 단위기간을 평균해 1일간 또는 1주간 근로시간이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으면 특정한 날 또는 특정한 주에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해도 연장근로로 보지 않는 제도'를 말한다. 현행법상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유형은 2주 이내 단위와 3개월 이내 단위로 구분되고, 2주 이내 단위는 취업규칙으로, 3개월 이내 단위는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로 도입할 수 있다.
경사노위의 이번 합의로 새롭게 신설될 3개월 초과-6개월 미만의 단위 역시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로 도입할 수 있도록 했다. 단위기간 3개월 초과 시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사전에 확정하는 데 애로가 있음을 고려해 주별로 근로시간을 정하고, 최소 2주 전에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근로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다만, 서면합의 시 천재지변, 기계고장, 업무량 급증 등 사용자가 예측하지 못한 불가피한 사정이 발생한 경우, 정해진 단위기간 내 1주 평균 근로시간을 유지하면서 근로자대표와의 협의를 거쳐 주별 근로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 노사정은 이와 같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최장 6개월로 하되, 근로자의 과로 방지와 임금 저하를 막는 장치를 두기로 뜻을 모았다.
먼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3개월을 초과하는 경우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의무화하되, 불가피한 경우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가 있으면 이에 따르도록 한다. 또한, 탄력근로제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단위기간이 3개월을 초과하는 경우 사용자에 임금저하 방지를 위한 보전수당, 할증 등 임금보전 방안을 마련해 이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신고하도록 하고, 신고하지 않은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다만,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로 임금보전 방안을 마련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이와 같은 합의사항은 주52시간제 시행에 맞춰 단계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탄력근로제 운영 실태조사 관련 전담기구를 설치하고, 현장에서의 문제점을 파악해 제도 운영에 대한 상담과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3. 탄력근로제 합의안에 대한 실무적 검토
앞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최근 경사노위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최장 6개월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단위기간의 확대를 놓고 아직까지 논란은 있지만, 만약 경사노위 합의 내용대로 법이 개정되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은 기존의 2주 이내와 3개월 이내 외에 3개월 초과-6개월 미만 단위의 탄력근로제가 추가된다.
탄력근로제 최대 단위기간이 선진국의 1년보다 짧은 6개월로 연장되면서 제도의 활용도 측면에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이 있지만, 작년에 새롭게 개정된 근로시간 단축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사가 조금씩 양보해 합의에 이른 것은 분명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아래에서는 경사노위에서 합의된 6개월 이내 탄력근로제의 도입시 실무적으로 쟁점이 되는 사항에 대해 검토해본다.
가.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동의절차) 의무
현행 3개월 단위나 합의된 6개월 이내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려면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탄력근로제를 특정 직군 또는 특정 근로자에게 도입하고자 할 때에도 전체 근로자를 대표하는 자와 서면합의를 해야 하다 보니 대상 근로자들의 의사가 왜곡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이유로, '근로자대표' 합의 요건을 '개별 근로자' 또는 '적용 대상 근로자대표'의 동의를 얻는 것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탄력근로제의 도입은 집단 의사결정 방식을 통해 결정되기 때문에 '근로자대표의 서면합의'는 중핵적인 요건이고, 이러한 "적법한 절차를 거쳐 탄력근로제가 시행되었다면 근로자 본인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탄력근로제를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더 나아가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은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가 아닌 대상 근로자 과반수의 개별적 서면동의를 받은 경우에는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보아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할 수 없다" 고 하고 있다. 따라서 3개월 이내 또는 6개월 이내의 탄력근로제의 경우 과반수의 개별 근로자의 동의가 아니라 반드시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를 통해 실시해야 한다.
나. 소정근로시간의 특정방법
현행 3개월 이내 탄력근로제에서는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로 사전에 근로일 및 근로일별 근로시간 등을 정하도록 돼있어, 근로시간을 일(日) 단위로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에 합의된 6개월 이내의 탄력근로제는 근로시간을 일(日) 단위가 아닌 주(週) 단위로 설정할 수 있도록 그 운영 요건을 완화했다. 이렇게 주 단위로 사전 확정한 근로시간은 최소 2주 전에 근로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또한, 사용자가 예측하지 못한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근로자대표와 '협의'를 거쳐 주별 근로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 이러한 6개월 이내 탄력근로제의 운영 요건은 기업 입장에서는 근무시간 활용의 폭이 넓어져 운영의 묘를 살릴 수 있지만, 3개월 이내 단위의 제도처럼 소정근로시간의 상한(특정주 52시간, 특정일 12시간) 제한이 없다면, 사실상 사용자가 임의로 근로기간을 조정할 수 있게 돼 제도 오남용 가능성이 있다.
다.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 및 임금보전방안
합의안에 따르면 탄력근로 단위기간이 3개월을 초과할 경우 그 기간 하루 11시간을 연속으로 쉴 수 있도록 휴식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다만, 불가피한 경우에는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가 있으면 이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연속 휴식시간 의무는 개별 근로자의 과로를 방지하기 위한 방침인데,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로 이에 대한 예외조항을 둘 수 있다고 하는 것은 개별 근로자의 건강권에 저촉되는 규정으로 보인다. 따라서, 11시간 연속휴식시간 부여의 '불가피한 예외 사유'와 관련해 엄격한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
한편, 합의안에는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자는 임금저하 방지를 위한 보전수당-할증 등 임금보전 방안을 마련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신고하고, 신고하지 않은 경우에는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문구가 삽입됐다. 다만, 여기에도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로 임금보전방안을 마련했을 때에는 예외로 한다"는 단서가 뒤따르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합의안의 내용으로는 임금보전방안의 구체적 내용과 기준이 불명확하다. 추후 개정법령에서 임금보전의 방법, 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할 부분이다. 단,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로 임금보전방안을 마련한 경우에는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할 의무가 면제되는데, 임금보전방안은 서면합의의 필수적 기재사항으로서 노사간 사전 확인될 수 있어야 하며, 합의방식이나 임금보전의 기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할 것이다. 또 일각에서는 임금보전방안에 대한 신고의무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일단, 사용자의 '형식적'인 신고가 전제돼 있고, 신고의무 위반 시 벌금이 아닌 과태료(500만원 이하) 부과에 그치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실질적 강제력이 없다는 주장이다. 개정입법안에서 신고의무 위반 시 일단 시정조치를 하고, 이러한 시정조치 위반시 단순 과태료 부과가 아닌 이행강제금이나 벌금으로 벌칙을 상향 조정하는 것을 고려해봐야 한다.
라. 탄력근로제 시행기간 동안의 임금지급 의무
탄력근로제에서는 그 시행기간(3개월, 6개월 등) 동안 소정근로시간(일수)이 적은 달의 임금이 그에 따라 적어지게 된다(다만, 시행기간 동안 연장근로를 하는 경우는 제외). 이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매월 임금액을 소정근로시간의 달의 차이에 상관없이 정액으로 하는 월급제를 생각할 수 있는데,이러한 개별 근로계약상의 임금액의 결정이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 이러한 결정 하에서는 소정근로시간이 많은 달에도 적은 달과 같은 금액의 임금이 지급되지만, 이것은 임금의 전액지급의 원칙(근기법 제43조 제1항)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한편, 경사노위 합의문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한정애 의원 입법발의안 제51조의3에 따르면 "사용자는 탄력근로제에 따른 단위기간 중 근로자가 근로한 기간이 그 단위기간보다 짧은 경우에는 그 단위기간 중 해당 근로자가 근로한 기간을 평균하여 1주 간에 40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한 시간 전부에 대하여는 제56조 제1항에 따른 가산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탄력근로제의 취지상 단위기간을 평균해 주40시간을 하는 것인 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보다 근로기간이 짧아서(기간제, 중도퇴사자 등) 주40시간 초과근무만 하고 퇴사하는 경우 초과근무에 대한 가산임금 지급의무가 발생되는 것은 당연한 법리적 귀결이라 보인다.
4. 그 밖의 탄력근로제에 대한 입법론적 제안
이번 합의안에서는 탄력근로제의 단위 기간이 6개월 단위로 돼있지만, 최근 건설업계나 화학업계, IT업종 등에서는 그보다 더 긴 단위기간의 확대를 요구한다. 그러나 반대 측면에서 오히려 성수기-비수기의 차이가 심한 영세규모의 일부 서비스업에 대해서는 일본의 경우와 같이 '1주간의 비정형적 탄력근로제' 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보인다. 더욱이 개정 근로시간단축법에 따라 종전의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의원-병원 등의 의료업, 모텔-여관, 음식점 등의 접객업 등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 제도가 '비정형적' 탄력근로제라 불리는 이유는 매일의 소정근로시간을 미리 취업규칙이나 근로자대표 서면합의로 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일의 근로시간이 거의 불확정적이라면 근로자의 근로생활이 지나치게 불안정하게 되므로 1주간의 각 일의 근로시간을 미리 개별 근로자에게 알려주도록 통지의무를 부과하고, 위반 시에는 벌칙을 부과하는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현행법상 탄력근로제를 적용함에 있어 연소자-임신 중인 여성근로자에 대한 제한이 있지만(근기법 제51조 제3항), 더 나아가 육아를 하는 여성근로자나 취업훈련-교육을 받는 청년 등 특별한 배려를 요하는 자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 특히, 탄력근로제가 육아를 하는 여성근로자 등의 근로시간을 장기간 불안정하게 할 수도 있으므로, 입법론적으로 탄력근로제 시행 시 육아를 하는 자, 취업훈련 혹은 교육을 받는 자, 그 밖에 특별한 배려를 요하는 자에 대해서는 이러한 자가 육아 등에 필요한 시간을 미리 확보할 수 있도록 배려 의무를 규정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