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노동법률]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Ⅰ. 2019년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
지난 12월 발표된 정부의 '2019년 경제정책방향'에서는 2018년 한해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정책에도 불구하고 임시-일용직, 영세자영업자의 고용사정이 악화됐다는 점과 그로 인해 최저소득층인 1분위 계층의 소득이 오히려 더 감소하는 등의 부작용이 지적됐다. 우리 경제의 전반적인 활력 저하, 산업구조개혁의 지연(주력업종의 경쟁력 약화 및 신성장동력의 발굴 지연 등), 고령화의 진전 등과 같은 거시적 요인도 있지만, 일부 노동정책이 시장의 예상보다 너무 빠르게 추진됐다는 점도 직접적인 원인의 하나로 인정했다. 그중에서도 최저임금의 과속 인상은 과당경쟁에 처해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고 그 결과 직원을 감축하거나 폐업이 속출하게 됐다. 여기에 실근로시간 단축이 완충장치 없이 기업규모별로 단계적-기계적으로 적용됨으로써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생산성 감소에 따른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상황이 됐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 노동현장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먼저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개편함으로써 최저임금 결정의 객관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하고 2019년 2월까지 법개정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2020년 최저임금은 개편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시장수용성, 사업주의 지급능력 그리고 경제적 영향을 고려하여 합리적 수준에서 결정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한 실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으로서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방안을 조속히 입법화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 방안이 현실화될 때까지 실근로시간 단축의 현장 적용을 연기하는 이른바 계도기간을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확대가 필요한 기업에 한해 추가로 연장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고용노동부는 '2019년 업무보고'에서는 직장 내 갑질 문화를 근절하기 위해 직장내 괴롭힘 금지를 법제화하고 예방 및 대응시스템을 구축하며, 채용비리 근절을 위해 채용상 불공정 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을 신설하는 등 채용절차법 개정계획이 포함돼 있다. 그리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사회안전망 확대를 위해 고용보험 의무가입이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되고 있으며,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ILO핵심협약 비준을 위하여 집단적 노사관계법 개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추진하고 있다. 집단적 노사관계법 개정방향에는 공무원과 교원의 단결권 확대,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의 삭제 및 근로시간면제제도의 개선이 포함되어 있다.
Ⅱ. 주요 쟁점
1. 최저임금 결정 구조 개편
2019년 상반기에는 최저임금법 개정과 탄력적 근로시간제 개선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을 둘러싸고 노사가 가장 뜨겁게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최저임금법 개정의 핵심쟁점은 정부가 개정을 공언한 결정구조의 변경이다. 2018년과 2019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정부가 위촉한 공익위원들이 주도했다. 그 결과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이 경제 및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정부의 선거공약을 충실히 따랐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정부가 마련 중인 안은 최저임금위원회에 노사정이 추천하는 전문가로 구성되는 '구간설정위원회'를 별도로 두는 것이다. 구간설정위원회에서 최저임금 인상 구간을 정하면 현행과 동일한 구조를 유지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그 범위 안에서 다음연도 최저임금액을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이 안에 대해서는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의 이원화로 노사 간 갈등이 장기화될 뿐만 아니라 노사의 대립으로 인상구간이 확대되면 결국 정부주도로 최저임금 결정이 이뤄질 수밖에 없어 실질적인 개선이 어렵다는 비판이 있다.
최저임금 결정 방식에 대해서도 논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의 결정에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을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정부는 향후 시장수용성, 사업주의 지급능력 그리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합리적 수준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저임금 결정구조의 개편이 최저임금 인상의 객관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이는데 그 목적이 있으므로 최저임금 결정 방식도 물가상승률, 각 산업별 임금인상률 등 객관적 수치를 바탕으로 예측가능한 지표를 이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또한 최저임금은 지역, 업종 또는 연령별로 차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각 지역마다 물가수준이 다르고 업종 및 연령에 따라 노동생산성이 차별화된다는 점을 최저임금에도 반영하자는 것이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서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아직 실제로 시행된 바가 없다. 반면에 이와 같은 주장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반작용으로 제기된 주장일 뿐이며, 지역별로 차등화할 경우 노동력의 이동이 심화되어 지역 간 노동력수급에 차질을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업종-연령으로 차등화하면 물가 등 생활여건이 동일한 지역 내에서 근로자들간 생활수준이 차별화될 수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당장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것은 최저임금 적용을 위한 임금의 환산 방법이다. 근로자의 임금이 월급으로 정해져 있는 경우 이를 시급으로 환산하여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을 말한다. 현행 최저임금법 시행령 제5조는 월급으로 정해진 임금은 그 금액을 1개월의 소정근로시간 수로 나눈 금액을 가지고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 규정을 근거로 분모가 되는 1개월의 소정근로시간을 174시간으로 정한 바 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월급제와 시급제 근로자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1개월의 소정근로시간에 법정 주휴수당의 계산에 반영된 1개월의 주휴시간(약 35시간), 이른바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을 더하여 분모를 구성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했다. 그에 따르면 월급제근로자의 최저임금 적용을 위한 환산시급은 분모가 늘어나게 되어 실제로 약 20% 정도 임금인상 효과가 발생한다. 이미 대법원이 소정근로시간수의 범위에 대하여 일관된 해석기준을 제시하고 있고, 이해당사자의 권리-의무에 중대한 변동을 초래하는 사항을 고용노동부가 법률이 아닌 시행령 개정으로 관철하려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와 이른바 주휴수당의 존치를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 탄력적 근로시간제 개선
연장근로를 포함한 실근로시간의 상한을 1주 52시간으로 단축하는 2018.3.21. 근로기준법 개정 당시 이를 보완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개선에 대한 논의는 4인 이하 사업장을 제외한 전체 대상 사업장에 실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되는 2023년 이후부터 개시하는 것으로 부칙에 규정했다(부칙 제3조). 그러나 실근로시간의 단축으로 인하여 생산감축 및 비용증가 등 부작용이 현실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개선에 관한 논의를 4년 뒤로 미룬 것은 기업경쟁력이나 고용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정부와 국회도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 구체적인 개선방안으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는데 정부-여당 내에서는 거의 견해가 일치되어 있는 것 같다. 다만, 장시간노동의 지속화에 따른 근로자의 건강 침해 문제와 제도 도입으로 인한 임금손실 가능성을 우려하는 노동계의 반대와, 단위기간내 근로일과 그 근로일별 근로시간의 미리 정하도록 하는 현행 노사 간 서면합의 사항을 폐지하자는 경영계의 요구사항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생각건대 근로자의 건강을 위하여 연속적인 장시간노동에 대한 적절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과,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효율적 활용을 위하여 단위기간 내 근로일 및 근로시간의 사전 확정은 유연하게 수정될 필요가 있다는 점은 법개정에 반영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에 따른 임금손실의 보전 문제는 법률로 의무화 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노사가 협의 또는 합의를 통해 근로시간 단축 전후의 생산성의 유지와 임금보전을 연계시키는 방안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3. 집단적 노사관계법의 개선
현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집단적 노사관계제도의 개선을 통해 근로자의 노동기본권 확대를 주요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 중심에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이 있다. 특히 ILO가 창립한지 100주년이 되는 해인 2019년의 고용부 업무보고에서도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된 단결권 관련 개선 방안이 제시됐다. 집단적 노사관계제도의 개선 방안을 다루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제도ㆍ관행개선위원회"는 아직 논의기한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8년 11월 20일 단체협약 및 쟁의행위에 관한 논의와 분리하여 단결권에 관한 개선 사항을 먼저 공익위원안으로 제안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읽힌다. 향후 단결권 관련 법개정의 주요 방향으로 제시된 위 공익위원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공무원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일반직 및 별정직 공무원에 대한 직급 제한 삭제, 소방직 공무원의 노조 가입 허용, 해직교사의 교원노조 가입 허용, 해고자 또는 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 그리고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 및 이를 요구하는 쟁의행위 금지 규정 삭제, 근로시간면제 범위 결정의 개선 등이다.
공무원노조 및 교원노조의 가입범위 확대 문제는 국민들에 대한 설명과 설득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 및 쟁의행위 금지 규정의 삭제는 과거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노사관계의 상징처럼 됐던 전임자에 대한 무분별한 급여지급을 방지하고 근로시간면제제도를 통해 어느 정도 합리적인 조합활동 원칙이 정착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다소 곤혹스러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근로시간면제제도를 통해 현실적으로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임자급여와 근로시간면제를 이중으로 인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주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Ⅲ. 노사관계의 전망
지난 해 노동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관한 최저임금법 개정 및 정부의 탄력적 근로시간제 개선 방안 발표에 대해 격렬하게 대응했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를 거부(경사노위 참여 보류)하고 총파업에 나서기도 했다. 한국노총도 반대수위가 만만치 않았다. 이와 같은 상황은 관련법의 개정이 예고된 2019년 상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최저임금법 개정과 탄력적 근로시간에 관한 근로기준법 개정에 대해 강력하게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집단적 노사관계제도 개선은 더욱 격렬한 노사 간 갈등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사노위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 안에서도 단결권 개선과 단체협약 및 쟁의행위제도 개선은 함께 처리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즉, 단체협약과 쟁의행위제도의 개선 없이 단결권만의 개정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단체협약 및 쟁의행위 제도의 쟁점으로 노동계는 단체교섭 및 쟁의 대상 확대, 불법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가압류 등 제한을 요구하고 있고, 반대로 경영계는 단체협약의 유효기간 연장, 쟁의행위로서 사업장 점거 금지, 쟁의행위 시 대체근로 허용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어느 것이나 해결이 녹록지 않은 쟁점이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특수형태종사자의 단결권 및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관련하여 분규와 집회-농성 등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학습지교사와 택배기사의 노조설립으로 특수형태직종 종사자들의 노조설립 움직임이 더욱 가시화되고, 새로 공공기관의 자회사에 소속하게 된 근로자들의 임금 등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교섭이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기관의 직무급제 개편도 노사 간 갈등을 재점화시킬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이처럼 2019년에도 경제의 저성장 기조, 주력산업의 구조조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공기관 자회사의 교섭 활성화 그리고 최저임금, 근로시간, 집단적 노사관계 법제도 개선 등 여러 당면 과제를 고려하면 노사 간, 노정 간 갈등과 분규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