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노무법인 와이즈 대표 박소민노무사가 노동법률 2018년 3월호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특별기고] 공공기관 채용비리 부정합격자의 노동법적 처리 문제
1. 들어가며
부정 청탁 등 부적절한 채용관행은 청년들의 희망을 꺾고 사회의 불평등을 야기하는 중대한 비위행위이다. 최근 공공기관에서 관행처럼 만연한 채용비리 실상이 드러나며 국민에게 큰 실망과 허탈감을 주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1월 29일 기획재정부가 주최한 관계부터 회의에서 공공기관 채용비리 점검 결과와 '채용비리 특별점검 후속조치 및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지난 해 11월 범정부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대책본부와 채용비리신고센터를 설치하고 1천190개 공공기관-지방공공기관-기타공직유관단체 중 946개 기관-단체에서 모두 4천788건의 지적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중앙공공기관 330곳 중 부정청탁-지시나 서류조작 등 채용비리 혐의가 짙은 33개 기관, 83건을 수사의뢰했고, 채용업무 처리과정 중 중대한 과실-착오 등 채용비리 개연성이 있는 66개 기관의 255건에 대해 징계-문책을 요구했다. 또한 수사의뢰 또는 징계대상에 포함된 현직 중앙공공기관과 공직유관단체 임직원은 모두 274명으로, 이중 수사의뢰 대상에 포함된 중앙공공기관 현직 기관장 8명은 즉시 해임을 추진하고, 중앙공공기관 임직원 189명과 공직유관단체 임직원 77명은 즉시 업무에서 배제하고 향후 검찰기소시 즉시 퇴출하기로 했다.
한편, 채용비리와 관련된 부정합격자는 검찰 수사결과 본인이 기소될 경우 채용비리 연루자와 동일하게 기소즉시 퇴출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부정합격자는 본인이 기소되지 않더라도 본인 채용과 관련된 자가 기소될 경우 즉시 업무배제 후 일정한 절차를 거쳐 퇴출하기로 했다.
채용비리를 직접 행하거나 연루된 자는 자신의 행위로 형사처벌 및 중한 징계처분을 받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부정합격자에 대하여도 무조건적으로 채용 취소 및 즉시퇴출(=당연퇴직)을 시키려는 방침은 대상자에게는 노동법적으로 '해고'에 해당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이하에서는 정부의 채용비리 후속조치 및 개선방안의 내용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고, 특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정합격자 채용 취소 등'에 대한 법적 문제점 및 보완책에 대해 검토해 보고자 한다.
2. 정부의 채용비리 후속조치 및 개선방안의 내용
정부 발표에 따르면, 우선 채용비리 혐의 및 개연성이 있어 수사의뢰 또는 징계처분의 대상으로 된 자는 '채용비리 연루자'로 포함시켜 이들에 대해서는 즉시 업무를 배제하고,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검찰에 기소될 경우 자체규정상 '직권면직' 조항 등을 적용하여 즉시 퇴출할 방침이라고 한다. 특히, 임원의 경우에는 해임뿐만 아니라 직무정지를 시킬 수 있는 관련 근거를 마련하고, 금품수수와 함께 채용비리로 유죄판결을 받게 되면 명단을 공개하기로 했다.
다음으로 수사의뢰 관련 부정합격자에 대하여는 본인이 기소되었을 때에는 채용비리 직접 가담자에 해당된다고 간주하여 '즉시 퇴출'을 추진하고, 본인이 기소되지 않더라도 본인 채용과 관련된 임직원이나 청탁자가 기소될 경우 '일정 절차를 거쳐 퇴출'할 방침이라고 한다. '일정 절차'에 대해서는 ① 관련자 기소시 즉시 업무배제를 하고, ② 부처별 재조사를 통해 부정청탁-금품수수 등의 행위를 한 제3자가 부정합격자와 친-인척 등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 후, ③ 제3자와 해당 합격자 간 밀접한 관계 성립시 기관내부 징계위원회 동의 또는 의견청취절차를 거쳐 퇴출하는 순서로 되어 있다. 또한, 채용비리 연루자가 중징계(파면-해임-정직) 처분을 받은 경우에는 관련 부정합격자에 대해 재조사를 추진하고, 재조사후 필요시 수사의뢰하고 본인 또는 관련자가 기소될 경우 상기「수사의뢰 관련 부정합격자」의 기준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부방침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부정합격자가 아직 업무를 부여받지 못한 경우에는 '채용내정' 법리에 준하여 처리하면 될 것이다. 채용내정에서의 근로계약 성립시기에 관하여 대다수의 학자들과 판례는 채용내정에 의하여 근로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근속 중에 업무배제가 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인 부정합격자의 예에 준하여 처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채용내정 이후 취업개시 이전에 근로관계를 해소할 수 있는 사유에 관하여 판례는 요양을 요하는 질병의 발생,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사실, 채용내정 후 노동력의 현저한 질적 저하 등을 열거하고 있다.
3. 부정합격자 처리에 대한 정부 방침의 내용과 문제점
가. 당연퇴직규정과 해고제한법리
부정합격자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채용취소 및 퇴출을 시키려는 정부 방침은 대상자에게는 노동법적으로 '해고'에 해당되는 문제이다. 이는 노동법상 해고법제(근로기준법 제23조)에 의해 처분의 '정당성' 유무에 따라 판단되어져야 할 것이다. 즉, 법원은 부정합격자가 그 채용비리에 적극 가담했다면 그들에 대한 채용취소 및 퇴출은 정당한 해고로 판단하게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채용 경위, 비리행위에 대한 선의(善意) 여부 및 비리 가담 정도 등 구체적인 사정을 살펴서 해고의 정당성을 판단하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합격자가 채용비리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거나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 정부 방침에 따라 내려진 채용 취소 등의 처분은 '부당' 해고로 판단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한편, 채용비리 부정합격자가 본인이 '기소'가 된 경우에는 '즉시 퇴출'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하는데, 이는 해고제한 법리에 있어 '당연퇴직'의 효력과 유사하다고 보여진다. '당연퇴직'이란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 노사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그 발생만으로 그 사유 발생일 또는 소정의 날짜에 당연히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것을 말한다. 다시말해, 당연퇴직의 법리란 취업규칙 등에서 당연퇴직사유를 정한 규정이 존재하더라도 그러한 사유발생만으로 퇴직의 효력을 당연히 인정할 수 있는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에 대해 종래 판례는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서 어떤 사유의 발생을 퇴직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 그 퇴직사유가 사망, 정년, 근로계약기간의 만료 등과 같이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을 가져오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취업규칙 등에 따른 당연퇴직도 근로기준법 제23조의 제한을 받는 해고에 해당된다고 보고 있다. 노동 법리상 사용자가 근로자의 행태상의 사유 특히 근로자의 채용결격 사유 또는 형사상 유죄판결 등을 이유로 당연퇴직처분을 하게 된다면 이는 징계처분과 다를 바 없게 되며, 이러한 당연퇴직처분은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하여 근로관계를 종료시킨다는 점에서 그 효과는 징계해고와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판례는 형사상 유죄판결을 취업규칙 등에 당연퇴직사유로 삼았더라도 그 퇴직처리, 즉 해고의 정당성은 당해 근로관계의 특성과 그 규정취지 및 당연퇴직의 성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판례의 태도를 종합하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서 형사상 유죄판결을 직권면직 내지 당연퇴직 사유로 명시한 경우에도 근로기준법 제23조의 해고의 제한을 받게 된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으며, 해고(면직)의 정당성은 결국 당해 범죄행위의 유형과 성격, 업무와의 관련성, 사용자의 명예나 신용에의 유무, 유죄판결의 구체적 내용 등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 정부방침의 문제점
위와 같은 해고제한 법리에 따라 부정합격자 처리에 대한 정부방침의 문제점을 아래와 같이 지적해보고자 한다.
우선, 정부방침에 따르면 채용비리 관련자 및 부정합격자가 형법상 업무방해죄(제314조), 부정청탁방지법상 부정청탁 금지 규정(제5조 제1항 3호) 위반 등을 이유로 '기소'된다면 이들의 즉시퇴출(=당연퇴직)을 예정하고 있다. 형사상 기소는 객관적으로 근로자에 대한 신뢰성과 업무적격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을 법원의 유죄 판결 이전에 기소 단계에서 즉시퇴출할 수 있게 한다면, 이는 헌법상 무죄추정원칙(제27조 제4항)에 위반될 여지가 있고, 재판 결과에 따라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설령 채용비리의 직접적 가담자는 부정합격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난가능성이 높아 그들은 기소만으로도 즉시 퇴출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을지라도 적극 가담치 않은 부정합격자에 대해서 기소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직접 가담자들과 같은 동일 처분(즉시 퇴출)을 하는 것은 법적 형평성 측면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 따라서, 최소한 부정합격자에 대하여는 즉시 퇴출의 조치를 기소단계가 아니라 '유죄판결' 이후로 변경하여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방침에 따르면 비록 부정합격자 본인이 기소되지 않더라도 본인 채용과 관련된 제3자가 기소될 경우, 부처별 재조사를 통해 부정청탁-금품수수 등의 행위를 한 제3자가 해당합격자와 친-인척 등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가 인정되면 징계위원회의 절차를 거쳐 퇴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아마도 이러한 정부방침의 논리는 '대학교 입학시험에서 부모의 부정행위로 인해 응시자에게 내린 합격 취소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시한 대법원 판결에 근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판결에서 법원은 "응시자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인이 응시자를 위해 부정행위를 한 경우 응시자 역시 부정행위자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부정청탁-금품수수 등의 행위를 한 제3자가 부정합격자와 친-인척 등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퇴출 절차를 밟는 것은 헌법상 연좌제 금지 원칙(제13조 제3항)에 반할 소지가 있다. 또한, 밀접한 관계에 있는 자의 행위가 채용된 자의 합격 여부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더욱이 채용된 자가 이러한 사정을 모른 채 조직에 성공적으로 적응하여 상당기간 성실하게 근무하고 있는 경우라면 이들에게 뒤늦게 본인에게 책임질 수 없는 사정을 들어 채용취소(퇴출)하는 것은 자칫 신뢰의 원칙(신의칙)에 위반될 여지가 있다. 한편, 이러한 판례 법리가 모든 유형의 채용 시험에 대해 포괄적으로 적용된다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가령 정성평가가 주가 되거나 구술 면접 등 면접관의 재량권이 상당히 부여되는 최근 시험의 유형에 있어서 그대로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어 보인다.
따라서, 채용비리 사실이 발생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해당합격자에 대한 근로관계가 당연히 소멸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그러한 사유의 발생으로 인하여 적어도 근로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 또는 불공평하여 사회통념상 기대될 수 없는 것으로 인정될 정도에 이르러야 퇴직처분의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 결국 정부방침에 따라 부정합격자를 퇴출하는 경우라도 그 실질은 '해고'로 볼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 제23조의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와 해고에 관한 절차규정이 준수되었는지 여부가 엄격히 판단되어져야 할 것이다.
4. 보론 : 부정합격자에 대한 근로계약의 취소 문제
위와 같이 채용비리에 있어 부정합격자에 대한 케이스는 근로계약 체결 시 사용자에게 자신의 실력이나 배경 등을 성실하게 알려야 할 신의칙상 의무가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진실고지 의무를 위반하여 부정하게 채용되었다는 점에서 경력-학력사칭의 사례와 유사하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기업실무에서는 근로자가 입사시 학력이나 경력을 진실 되게 기재하거나 고지하지 않은 것이 후에 밝혀진 경우 이를 이유로 징계해고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판례에서는 학력이나 경력의 허위기재는 정당한 징계해고 사유가 된다고 판단해 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력-학력사칭의 사례에 대하여 징계해고로 다루는 실무상의 관행이 법리적으로 의문이라는 견해가 유력하다. 징계해고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허위사실기재가 객관적으로 징계사유에 해당되어야 하는데, 이력서허위기재는 일반적으로 근로계약 체결에서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미 형성된 근로계약관계를 전제로 한 직장질서 위반이 문제되는 징계사유로 다투는 것이 적절치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견해에 따르면 근로자의 경력-학력사칭은 징계해고가 아닌 계약체결시의 중대한 착오 또는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의 하자문제로서 취소 여부가 검토되어져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최근 대법원도 경력사칭 사례에 대해 해고와는 별도로 근로계약의 취소를 인정하고 있으며, 근로계약이 취소되는 경우에 소급효제한에 따라 그 실질적 결과는 해고와 차이가 별로 없는 것이 일반적이긴 하지만 근로계약에서도 취소법리는 해고로 대체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러한 법리는 채용비리 부정합격자의 경우에도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정부방침은 채용비리 연루자나 부정합격자가 상호 밀접한 관계가 있거나 채용비리로 기소가 된 경우 그러한 일련의 행위가 사업운영에의 영향 정도, 공기업의 신용이나 명예실추 여부 등과 관련된다는 관점에서 양자 모두를 징계해고의 대상으로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채용비리 직접 연루자의 행위에 대해 징계해고 사유로 삼는 것이 당연하지만, 부정합격자에 대하여도 동일하게 징계해고 사유로 삼아 무조건적으로 채용취소 및 퇴출을 시키려는 방침은 또 다른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는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채용비리에 있어 부정합격자에 대한 처리 문제는 징계 해고의 법리로 접근해서는 안 되고, 그 처리절차를 달리하여 민법상 근로계약체결 과정에서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즉, 근로관계는 근로계약을 토대로 성립되는 것이기 때문에 하자있는 근로계약의 경우는 징계법리가 아닌 민법 제110조 사기-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에 의해 취소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부정합격자가 채용비리에 적극 가담한 정황이 명백하게 밝혀진 경우라면 민법 제110조 제1항에 의해 회사는 부정합격자의 근로계약을 직접 취소할 수 있고, 채용비리 연루자(제3자)의 행위에 의한 경우라면 제2항에 따라 부정합격자(근로계약의 상대방)가 그러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근로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부적절한 채용비리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는 행위이지만, 부정합격자를 채용비리 직접 가담자와 같이 '절대악(惡)'으로 규정하고 반드시 퇴출시켜야 할 대상으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 원칙적으로 채용취소는 부정합격자 본인에게는 노동법상 '해고'에 해당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해고제한의 법리가 엄격하게 적용되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로서도 방침으로 채용비리 연루자를 엄벌하여 근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 다른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보완장치를 함께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