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노동법상 단체교섭권 인정여부
[2020년 10월호 vol.353]
[월간노동법률] 박소민 노무법인 와이즈 대표공인노무사
1. 들어가며
최근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가맹점주의 단체교섭권 도입 여부를 놓고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가맹점주 단체 구성 시 공정위에 신고, 가맹점주 단체 협의 요청 시 정당한 사유가 없는 가맹본부의 거부 제한, 거부 시 시정조치 또는 과징금 부과 등을 골자로 하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간 노사관계가 성립되는데, 이는 프랜차이즈산업의 본질을 무시한 처사라는 것이 가맹본부 업계 측 주장이다. 또한 업계는 점주 단체들의 협의 요청이 남용될 경우 협의 과정에서 불필요한 갈등만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반면, 가맹점주 측은 가맹점주 단체의 대표성을 높이고, 현행 가맹사업법상의 협의권 실효성 확보를 위해 법 개정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하에서는 위 논쟁과는 별도로 법 해석상 가맹점주에게 노동법상 단체교섭 관련 제도가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검토해보도록 한다. 이에 앞서 현행 가맹사업법상 가맹점주 단체의 권한에 대해 살펴본다.
2. 가맹사업법상 가맹점주 단체의 권한
가. 가맹점주 단체의 구성 및 거래조건 협의권
현행 가맹사업법에 의하면 가맹점주는 그들의 권익보호 및 경제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단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가맹사업법 제14조의2 제1항). 이러한 단체의 결성은 헌법 제21조 제1항이 규정하는 일반적 결사의 자유의 보호범위에 속한다 할 것이다. 따라서 가맹점주 단체 결성은 별도의 입법이 없어도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된다는 점에서 위 조항은 확인적 의미의 규정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가맹점주들은 단체를 구성해 가맹본부를 상대로 가맹계약의 변경 등 거래조건에 대한 협의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고, 협의를 요청받은 가맹본부는 성실하게 협의에 응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가맹사업법 제14조의2 제2항 및 제3항).
이와 같이 가맹사업법 제14조의2 규정은 거래조건을 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가맹점주들이 단체를 구성하고 교섭을 통해 합리적인 거래조건을 협의할 수 있도록 입법으로 교섭 권한을 인정한 것이다. 가맹점주들이 가맹점주 단체를 결성해 집단적 힘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마치 근로자들이 단결권을 행사해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하는 모습과 흡사하다. 이러한 방식은 종래 노동법에서 인정된 집단적 자치의 원리를 가맹사업에 부분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노동법에서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되는 것에 비해 가맹사업법에서는 가맹본부가 가맹점주 단체와의 교섭을 거부-해태하더라도 이를 처벌하거나 강제하는 수단이 없다.
나. 가맹사업법상 상생협약제도
가맹점주 단체의 협의권을 실질화하고 가맹사업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가맹사업법은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상생협약의 체결을 권장하고 있다(가맹사업법 제15조의4). 그러나, 이 협약은 가맹사업 관계 법령의 준수 및 상호 지원-협력을 약속하는 자발적인 협약으로, 협약 이행을 강제하는 수단이 규정돼 있지 않고 대신 공정위의 포상 등 지원시책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나아가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가맹본부-가맹점사업자 간 공정거래 및 상생협력 협약 절차․지원 등에 관한 기준'(공정위 예규 제238호) 제2조에서도 '법규에 대한 자율적인 준수와 상호간의 상생협력 및 지원을 스스로 다짐하는 약속'으로 규정해, 상생협약의 법적 성격을 신사협정(Gentleman's Agreement)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가맹사업법상의 상생협약은 노조법상의 단체협약과는 달리 그 내용대로 법상의 권리의무가 인정되거나 그 내용의 이행이 법적으로 강제된다고 해석되지 않는다. 이와 같이 가맹사업법상 상생협약은 그 법적 성격과 효력의 불명확함으로 일정한 한계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3. 노조법상 단체교섭 관련 제도의 적용 여부
가.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사항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가맹사업법상 협의의 방식은 종래 노동법에서 인정된 집단적 자치의 원리를 가맹사업에 수용한 것이지만, 교섭을 거부하더라도 이를 강제하는 수단이 없고 상생협약의 효력이 불분명해 그 실효성이 떨어진다. 여기서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협의방식으로 노동법상 단체교섭을 직접 도입할 수 있는지 논의가 나온다.
다만, 노동법상 단체교섭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프랜차이즈 관계의 당사자인 가맹점주에게 노조법상 근로자성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대법원은 2018년 학습지교사에 대한 판결에서 근기법상 근로자성과 노조법상 근로자성이 단순히 구별되는 개념임을 설시하는데 그치지 않고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해당 판결에서 "노조법상 근로자는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 하에서 노무에 종사하고 대가로 임금 기타 수입을 받아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 구체적으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①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는지, ② 노무를 제공 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하여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③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④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인지, ⑤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⑥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위와 같이 노조법상 근로자성의 문제는 2018년의 학습지 교사 판결 이후 법원이 사용종속성의 기준을 완화시키는 한편, 경제적-조직적 종속성을 주요한 판단요소로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레미콘운전기사, 배달원, 보험설계사 등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에게 노조법상 근로자 개념이 넓게 해석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따라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유사한 지위에 있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에게도 노조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될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가맹점주에게 노조법상의 근로자성이 인정된다고 해도 단체교섭의 대상과 범위를 결정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특히 가맹점주는 가맹본부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진행할 때 기존 프랜차이즈 거래에서 논의돼야 하는 가맹사업법상의 협의사항과 노동법상의 단체교섭사항을 구별해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가맹점사업자가 가맹본부를 상대로 한 가맹사업법상의 협의사항들로는 가맹점의 거리 제한, 영업시간에 대한 제한, 고가의 점포환경(인테리어) 개선 요구, 물품구매의 강요 금지 및 부패한 물품의 손실보상, 광고비 및 판촉비용에 대한 부담 보전, 계약갱신요구기간의 연장, 계약해지수당(위약금)의 제한 등 양당사자 사이에 주요한 이해관계로 다투어지는 사항들이다. 이 중에서 노조법상의 단체교섭 대상이 될 만한 사항을 추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근로계약상 근로조건에 해당할 수 있는 가맹계약상의 거래조건인 영업시간 및 휴일에 관한 사항(근로시간 및 휴일), 최소수입보장제도(최저임금), 계약기간갱신거절 및 해지(해고) 등이 단체교섭 사항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이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된 가맹점주가 가맹본부와 단체교섭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해 단체협약이 체결됐다면, 그러한 협약에 대해서는 당연히 노조법상 단체협약의 효력이 인정돼야 할 것이다. 따라서 가맹점근로자의 근로조건에 해당하는 거래조건인 최저수익보장제, 영업시간 및 휴일에 대한 제한, 계약해지에 관한 사항(계약갱신요구) 등에 대해서는 단체협약의 규범적 효력이 인정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위와 같은 단체협약의 기준에 위반하는 가맹계약의 부분은 무효가 될 수 있다(강행적 효력).
나. 가맹점주 단체의 쟁의권 인정 여부 등
가맹사업법은 가맹점주 단체의 협의권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협의가 결렬됐을 경우 쟁의권은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가맹점주 단체에게 거래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관철을 위한 쟁의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노동법의 해석상 이러한 단체의 쟁의권 인정 여부는 그 단체를 구성하는 각 가맹점주들이 '노조법상의 근로자'에 해당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다. 가맹점주들에게 노조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된다면 그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할 것이고, 이후 가맹본부에 대해 단체교섭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러한 사항들에 대한 단체교섭이 결렬돼 가맹점주들이 가맹본부를 상대로 단체행동을 하게 된다면 이는 정당한 쟁의권의 행사로 인정될 수 있다. 반면, 가맹점주에게 노조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그들은 단지 '가맹사업법상의 단체'를 구성함에 그칠 뿐이고, 그러한 단체에게는 그들의 거래조건에 대해 협의할 권한만 부여되며 쟁의권은 인정되지 않을 것이다.
한편,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된 가맹점주 단체가 대항적 지위에 있는 가맹본부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해 거부당한 경우, 가맹본부에게 부당노동행위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며 이들에게 단체교섭이나 그와 일련의 과정에 있는 쟁의행위에 대한 민-형사 면책은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4. 나가며
현행 가맹사업법은 가맹본부의 가맹점주에 대한 지배력을 인정하면서, 가맹점주가 그 권익 보호 및 경제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단체를 구성할 권리와 그러한 단체에게 집단적 협의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가맹사업법상의 가맹점주 단체와 상생협의권은 노조법상 노동조합과 단체교섭 제도에 비하면 아직까지는 그 조직력이 낮고, 가맹본부에게 교섭의무도 강제되지 않는다. 또한, 그 협약의 내용도 법적 구속력이 약해 가맹점의 소득불평등 및 근로환경을 직접적으로 개선하기에는 부족하다.
이에 가맹본부에게 성실한 교섭의무나 상생협약에 일정한 법적 구속력을 미치게 하려면 가맹점주에게 노조법상 단체교섭권 혹은 이에 준하는 정도의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가맹점주가 노조법상 근로자인지가 전제돼야 할 것인데, 현재 판례 법리에 의해 일정 요건 충족 시 노조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노조법상의 근로자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직접적인 고용계약이 전제되지 않은 관계로 법해석상 가맹본부와의 단체교섭 대상 범위를 획정함에 있어 매우 어려운 문제에 당면할 수 있다. 따라서 프랜차이즈 관계에서 노조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된 가맹점주에게는 입법론적으로 노조법상의 단체교섭 관련 제도의 주요 부분을 적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가령 노동법상 근로조건에 해당될 수 있는 주요 거래조건에 대해서는 입법으로 단체교섭 사항들로 열거하고, 이와 같은 사항들에 대해 가맹본부가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을 거부-해태하는 경우 노조법상의 부당노동행위에 관한 규율과 유사하게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