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보호방안
[2020년 9월호 vol.352]
1. 서론
현대 노동시장에는 급격한 산업구조의 변화와 IT기술의 발전 등에 따라 전통적인 종속 노동의 개념에서 벗어난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중간영역에 위치한 다양한 형태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은 독자적인 사무실이나 작업장이 없고 특정 사업주에 사실상 종속돼 있지만 자신이 일한 만큼 소득을 얻으며, 노무제공 방식이나 근로시간 등을 본인이 스스로 결정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이러한 형태의 노무제공자들은 사용자로부터 일정한 독립성을 가지면서 자신이 일한 만큼 소득을 가져간다는 인식으로부터, 또 노무제공을 받는 사용자로서는 고용의 유연성을 바란다는 측면에서 상호 이해관계가 부합됨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업무는 전통적인 종속 노동과 상치되는 부분이 있으므로 노동법상의 보호를 받지 못할 수도 있고 이에 따라 이들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불안전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들의 노동법적 보호 방안에 대해 실무와 학계에서도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해 왔다.
아래에서는 이와 같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보호방안을 해석론과 입법론으로 나누어 논의해 보고자 한다. 본 논의에 앞서 우리나라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독일의 '유사근로자'에서 고안된 개념이라 볼 수 있으므로 먼저 독일의 유사근로자의 개념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기로 한다.
2. 독일 노동법상 유사근로자의 개념
독일에서는 근로자성 판단에 있어 인적 종속성은 인정되지 않지만, 경제적 종속성이 인정되는 범주를 '유사근로자'(arbeitnehmerähnliche Person)라는 개념으로 포섭하고 있다. 즉, 유사근로자란 노동법상 협의의 근로자는 아니지만, 근로자성 판단에 있어 경제적 종속성이 인정돼 노동법상의 보호가 요청되는 근로자에 준하는 자라고 개념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유사근로자에는 경제적 종속성이 인정되는 일부 자영업자가 포함될 수 있다. 이와 같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형식적으로 '자영업자'인 듯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자신이 직접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근로자성'도 가지고 있으므로 이중적인 지위에 있다.
유사근로자에 대해 최초로 정의 규정을 두었던 1926년 독일 노동법원법(ArbGG)은 근로자와, "근로관계에 있지 않으면서, 특정 타인의 위임과 계산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서, 특히 원료나 재료를 스스로 조달하는 자"라고 표현했다. 이후, 1934년의 개정 노동법원법도 유사근로자의 개념을 더욱 구체화해 "근로관계에 있지 않으면서 특정 타인의 위임과 계산으로 노무를 제공하고 경제적 종속성(wirtschaftliche Abhängigkeit)으로 인해 근로자와 유사하다고 인정되는 자"라고 규정했다. 노동법원법은 유사근로자와 관련된 분쟁도 노동법원(Arbeitsgericht)의 관할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항 및 제5조 제1항).
또한 독일 단체협약법(TVG)도 유사근로자를 집단적 노동관계법상의 근로자로 보고 있다. 단체협약법 제12조의a 제1항 제1호는 유사근로자의 정의에 대해 "경제적으로 종속되고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보호의 필요성(soziale Schutzbedürftigkeit)이 있는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추가적인 요건으로 "그 자가 고용계약 또는 위임계약에 기해 타인을 위해 활동하고 있고, 채무를 부담하는 급부를 인격적으로 그리고 다른 근로자의 협력 없이 제공하며, 주로 1인을 위해 활동하며, 영리활동의 대가로 취득하는 전체 소득의 절반 이상을 1인으로부터 받는 경우"에 경제적 종속성이 인정된다.
한편 유사근로자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또 다른 단행 법률인 연방휴가법(BUrlG) 제2조 제2항은 그 경제적 비독립성으로 인해 근로자와 유사한 자로 볼 수 있는 자를 휴가권과 관련해 근로자로서 취급하는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또 가내근로에 대해서는 연방휴가법 제12조에서 명시적으로 특별규정을 두고 있다. 한편 노동법원의 관할영역에 대해서는 노동법원법 제5조 제1항 제2문에 별도로 규정돼 있다. 이에 따르면, 가내근로로 취업하는 자 및 이와 동일시할 수 있는 자와 그 경제적 비독립성으로 인해 근로자 유사한 자로 볼 수 있는 기타의 자도 노동관련 소송에 있어서는 근로자로 취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이 경제적 종속성이 유사근로자를 판단하는 주요한 징표이지만, 경제적 종속성이 유사근로자성을 판단하는 유일한 징표는 아니다. 즉 유사근로자성을 판단할 때, 경제적 종속성이 존재하지만 사회적 보호의 필요성 여부가 검토돼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해 독일 판례는 "경제적으로 종속적인 자라 하더라도 그의 전체적인 사회적 지위와 영업환경을 고려할 때 근로자에 비교할 수 있는 사회적 보호필요성이 인정돼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3.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보호방안
우리나라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게 노동관계법제를 적용하기 위한 보호방안은 크게 해석론적 방법론과 입법론적 방법론으로 구별할 수 있고 이들을 절충하는 방식도 등장하고 있다.
가. 해석론적 방식
우선, 해석론의 입장에서 경제적 종속성이 있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해 근로자성을 인정해 노동관계법을 전면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견해와, 이들을 모두 근기법상의 근로자로 보기는 어렵지만 노조법상의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견해의 대립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앞의 견해에 대해는 당사자 사이에 근로계약이 아닌 도급-위임, 업무위탁, 용역 등 민법상의 계약을 활용하기로 합의하고 실제로도 자주적으로 독립해서 노무를 공급하는 경우까지 근로자로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를 모두 노동법상의 근로자로 포섭하는 것은 당사자 사이에 사적 자치를 형해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나. 입법론적 방식
다음으로 입법론은 현행 단행법률상의 근로자 정의조항을 개정해 근로자 개념의 외연을 확대하는 방식이나 특별법을 제정해 노동관계법의 일부 내용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의 단행법률로는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 있다.
그러나, 전자의 방식은 다른 법의 근로자 개념에 부합하지 못하는 면이 있고, 근로자 개념의 확대에 따라 적용되는 보호 내용과 정확히 일치하지 못하는 가능성으로 전체 법 체제를 개선하는 문제로 확산될 수도 있으므로 입법론적으로는 대체로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식이 고려되고 있다. 즉,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독립자영업자성과 근로자성을 모두 포함하고 있으므로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 중간영역을 규율하는 특별법을 제정해 이들에 대해 노동관계법의 일부를 적용시키자는 주장이다. 이러한 견해에 따르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근기법이나 노조법상의 근로자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특별법을 통해 개별적 근로관계의 구체적인 보호요건과 집단적 노사관계의 적용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이들에게 근로기준법상의 일부규정(예컨대 연차휴가, 산전후휴가 등 모성보호, 안전과 보건 및 재해보상 등)과 계약서의 교부 및 부당한 계약해지의 보호 등을 부여하고 집단적 근로조건 개선 수단으로 직업단체를 통한 교섭가능성을 인정하되, 전속성과 근로자에 준하는 사회 조직적 편입성을 가진 특수형태업무종사자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노동3권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다. 절충론적 방식
한편, 위와 같은 해석론과 입법론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으므로 이를 절충해 해결하려는 견해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견해에 따르면, 특수형태업무종사자와 근로자 사이에 부분적인 인적 동일성이 공통적으로 인정된다는 점에 착안해 특수형태업무종사자에 대해 근기법의 일부 내용을 준용하고, 그 방식은 특별법의 형식으로 할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집단적 노사관계 분야에서는 특수형태업무종사자가 자율적으로 그들의 근로조건 등을 개선할 수 있도록 집단적 권리로서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노조법상 근로자의 개념에 특수형태업무종사자의 범주를 포함시킬 필요가 있고, 이와 같은 권리는 현행 대법원의 판례법리로도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되는 노무제공자들의 직업이 매우 다양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사이에서도 노무제공의 방법, 성격, 사업주에 대한 경제적 종속의 정도 등이 상이하다. 따라서 사업주에 대해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되는 근로자에 대한 보호를 목적으로 마련된 '근로기준법'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지위 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이들에게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 결국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이들의 지위, 노무제공의 성격-방식 등을 고려한 별도의 특별법에 의한 보호가 필요한 영역이다"고 판단하고 있다.
절충적인 입장에서 또 다른 견해로는 입법론이라면 '유사근로자(준근로자)'를 근로자와 비근로자의 중간에 위치시켜 그 자에게 근기법 기타의 노동보호법의 일부를 '적용'한다는 내용을 규정해도 좋겠지만, 해석론적인 입장에서 유사한 결론을 얻기 위해서는 노동보호법 규정의 '적용'이 아닌 '준용' 내지 '유추적용'의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있다. 이러한 입장에 따르면 노동보호법규의 '준용' 내지 '유추적용'이라면 굳이 '유사근로자(준근로자)'라는 개념을 설정하지 않더라도 각각의 법규의 성격과 비근로자의 실태를 함께 고찰해 법원이 탄력적으로 판단하면 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이러한 견해는 근로자가 아닌 노무공급자가 단체를 결성해 대항적 지위에 있는 상대방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해 거부당한 경우, 헌법 제33조의 적용은 어렵다고 하더라도, 동조의 유추적용은 가능하고 단체교섭과 일련의 과정에 있는 행위에 대한 민-형사 면책은 인정돼야 할 것이라고 한다.
4. 결론
결론적으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해석론적 법리에 의해 인적 종속성, 경제적 종속성, 사회적 보호필요성이라는 판단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노동법상 근로자성이 결정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사안에서는 그 운영실태에 따라 인적-경제적 종속성이 모두 인정되지만 종속성의 강도가 다소 부족한 경우, 경제적 종속성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독립사업자로서의 성격을 잃지 않는 경우, 인적-경제적 종속성이 모두 존재하나 사회적 보호 필요성이 없는 경우 등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일 것이다. 이와 같은 경우를 해석론의 입장에서 모두 포섭할 수는 없다. 또한, 특수형태업무종사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법원의 판단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지만 이들이 곧 노동법상의 근로자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논쟁의 소지가 있다. 따라서, 새롭게 등장하는 다양한 형태의 특수고용관계를 노동법상 근로관계로 포섭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피하기 위해 이들을 규율하기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노동관계법의 일부 내용을 적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