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조건] 정규직ㆍ비정규직 임금격차에 관한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 소개
[월간노동법률] 박소민 노무법인 와이즈 대표 공인노무사
1. 들어가며
최근 일본의 대법원 격인 최고재판소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일부 수당을 차별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2018년 6월 1일). 일본 운수회사의 유기 계약 사원, 정년 후 재고용된 촉탁 사원들이 "일의 내용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정규직과 임금 격차가 있는 것은 불법이다"라고 회사 측에 시정을 요구한 2건의 상고심에서 최고재판소가 판결을 한 것이다. 2건 모두 근로 조건의 불합리한 격차를 금지한 일본 노동계약법 제20조의 해석이 쟁점이 된 사안으로 이에 대한 최고재판소의 첫 판단이라는 점에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도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제8조에 의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정규직)와 비교해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자(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고 있다. 이때, '차별적 처우'라 함은 근로기준법상의 임금, 정기상여금, 경영성과금, 기타 근로조건 및 복리후생 등에 관한 사항 등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을 말한다(동법 제2조 제3호 참조). 이렇게 법률로 규정하고는 있으나, 차별의 양태가 워낙 다양하고 '합리적 이유'의 여부도 개별 사건마다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차별적 처우의 판단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법에 열거되지 않은 많은 수당 등에 대하여도 아직까지 세부적인 판단기준이 없다.
이와 같이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차별적 처우의 시정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실무적으로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으며, 이번 일본의 최고재판소 판결이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차별적 처우의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정함에 있어 참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 비정규직 임금격차에 대한 최고재판소 판결
가. 하마쿄우렉스(Hamakyorex) 사건
물류회사 하마쿄오렉스(ハマキョウレックス)에서 운전직으로 근무하던 기간제 직원이 무기계약자(정규직)에게 지급되는 ①무사고 수당, ②작업 수당, ③급식 수당, ④주택 수당, ⑤개근 수당, ⑥통근 수당 등 6개 수당에 대해 기간제근로자에게 지급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한 사안이다.
이 사건의 1심 판결에서는 통근수당의 격차만 불합리하다고 인정했지만, 2심 판결에서는 통근수당 이외에 무사고 수당, 작업수당, 급식수당의 격차도 불합리한 격차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최고재판소 판결은 통근수당, 무사고수당, 작업수당, 급식수당 이외에 개근수당에 대해서도 이를 기간제 직원에게 지급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한 격차라고 인정했다. 최고재판소는 우선 수당의 성격을 개별적으로 확인하고 수당의 취지가 기간제 및 무기계약자에도 해당하는 경우 기간제에게 부지급은 위법이고, 반대로 수당의 취지가 무기계약자에게만 적용되는 경우 그 수당의 부지급은 적법하다고 전제했다.
개근수당에 대해서도 불합리한 격차라고 인정한 이유는 "개근 수당은 출근하는 승무원을 확보할 필요가 있어 개근을 장려하자는 취지로 지급된 것이고, 승무원에 대해서는 유기계약자와 무기계약자의 직무 내용이 다르지 않으므로 유기계약자에 대해 이를 차별하는 것은 노동계약법 제20조에 비추어 불합리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주택수당에 대해서는 정규직과 계약직 사이에 전근의 유무 등 차이가 있으므로 기간제 직원에 지급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할 수 없다"고 원고의 주장을 기각했다. 즉 정규직과 계약직과의 직무의 내용에 차이는 없지만, 직무의 내용 및 배치의 변경 범위에 관해 정규직은 사외파견을 포함해 전국 규모의 광역이동의 가능성(등급역직제도)이 있는 반면, 계약사원은 취업 장소를 변경하거나 파견은 예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차등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았다. 또한, 주택수당은 계약사원에 대해서 취업 장소의 변경이 예정되지 않는 반면, 정규직에 대해서는 이사를 동반하는 배치전환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계약사원에 비해 주택에 소요되는 비용이 다액일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노동조건의 차이는 불합리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최고재판소는 노동계약법 제20조를 위반 한 경우 회사가 그 격차에 대해 손해배상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유기계약자들의 근로조건이 무기계약자들의 근로조건과 동일한 것으로 대체하는 효력(보충적 효력)은 인정하지 않았다.
나. 나가사와(長澤) 운수 사건
운송 회사 나가사와(長澤) 운수를 정년 퇴직 후에 재고용된 운전직 3명이 "정년 전과 같은 일을 하는데 월급을 낮춘 것은 부당하다"며 임금감액을 위법한 격차로서 다툰 사안이다. 즉 무기계약자(정규직)에 지급되는 ①능률급, ②직무급, ③상여금, ④정근수당, ⑤주택수당, ⑥가족수당, ⑦직책수당, ⑧초과근무 수당이 유기계약자에게는 지급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제소한 것이다. 이 사건의 1심 판결에서는 "재고용 제도를 임금 비용 압축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라고 판단했지만, 2심 판결에서는 "고연령자고용안정법에 따라 근로자를 재고용함에 있어 20% 정도의 임금 저하는 사회적으로 용인한다"라고 지적하고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최고재판소 판결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불합리한지의 여부는 "임금 총액의 비교뿐 아니라 임금 항목의 취지를 개별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임을 전제하고, ④정근수당 및 ⑧초과근무수당에 관한 부분만을 노동계약법 제20조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기본급과 그 밖의 제수당에 대해서는 재고용직에의 부지급과 격차가 불합리가 아니라며 청구를 기각했다. 최고재판소가 대부분의 수당과 급여 항목에 대해 적법하고 판단한 이유는 정년 후 재고용된 특수한 사정을 중시했기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즉, 정년퇴직 후 '고연령자고용안정법'에 따라 재고용되었다는 사실은 노동계약법 제20조에서 말하는 '그 밖의 사정'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전제한 다음, 유기계약자에게 지급되는 기본임금의 액수가 해당 유기계약자의 정년퇴직시의 기본급의 금액을 상회하는 정황이나 이들이 정년퇴직자이기 때문에 노령후생연금을 받을 수 있는 조치가 존재한다는 이유를 들어 이러한 근로조건의 차이는 노동계약법 제20조에서 말하는 불합리는 아니라고 판시했다.
특히, 승무원인 무기계약자에 대해 능률급 및 직무급을 지급하는 한편, 정년퇴직 후에 재고용된 승무원인 유기계약자에 대하여는 능률급 및 직무급을 지급하지 않고 성과급을 지급했는데, 이렇게 재고용 촉탁직의 임금 구성이 정년 이전과 다르더라도 그 임금의 차이가 사실상 많이 나지 않는 사정 등을 들어 노동계약법 20조의 불합리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다. 이번 최고재판소 판결의 의의
최근 비정규직 임금격차 시정을 요구하는 소송은 일본 각지에서도 일어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하급심의 판단은 갈라져 있었다. 그런 가운데 최고재판소가 일정한 판단 기준을 제시한 것은 그 의의가 크다. 이번 최고재판소 판결은 일하는 방식이 변화하고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이 중시되고 있는 사회 상황에 대응한 판단이라고 볼 수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동일한 노동을 하는 경우 대우에 차이가 있어 노동계약법이 금지하고 있는 불합리한 격차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최고재판소는 각 수당의 성격을 개별적으로 확인하고 수당의 취지가 정규직 및 비정규직에도 해당하는 경우 비정규직에게 부지급은 위법하고, 반대로 수당의 취지가 정규직에게만 적용되는 경우 그 수당의 부지급은 적법하다고 보았다. 이번 판결은 각 수당을 개별적으로 조사해 불합리의 범위를 과거의 재판보다 널리 인정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번 최고재판소 판결로 인해 수당에 차이를 두고 있는 일본의 각 기업에 임금체계에 대한 재검토를 요하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각 기업에서 정규직의 급여 등 근로 조건을 비정규직보다 우대한다면 나름의 책임과 이유를 묻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3. 나오며
이번 최고재판소 판결은 일본 정부가 정책적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의 해소를 추진하는 가운데 나왔다.
일본 정부는 최근 '동일노동 동일임금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기업들에 기본급-상여금-수당-교육훈련-복리후생 등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불합리한 차별을 없앨 것을 요구했으며 이런 내용을 법제화하기 위해 '일하는 방식' 개혁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따라서, 최고재판소의 판단은 '일하는 방식' 개혁 법안의 국회 심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일하는 방식 개혁의 일환인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흐름 속에서 불합리한 대우 격차를 시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격차 시정은 정규직의 임금 체계의 재검토와 논의의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따라서 이에 대한 논의를 그 간의 노동관행을 고려해 노사가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